한범덕 청주시장

[충청일보 박재남기자] 지난 해 충북 청주시는 그야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시공원 일몰제 등을 놓고 민·관거버넌스인 '청주형 협치 모델'이 등장했지만 이견이 생기면서 갈등을 빚었다. 폐기물 소각장 신·증설문제 등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숙의와 협의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문화제조창C 준공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청주테크노폴리스 확장은 100년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이다. 한 시장을 만나 지난 해 소회와 올해 시정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년 소회는.
"임기 첫 해인 2018년이 4년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시기였다면, 지난해는 시정운영 방향의 구체적인 지향점을 드러내는 해였다. '함께 웃는 청주'라는 시정목표에 걸맞도록 시정이 시민과 동떨어짐 없이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묵묵히 나아갔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다. 방향성의 흔들림 없이 나아가 남은 임기도 성실히 수행한다면 시정목표에 부합했다는 시민들의 성원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한 해였다."

-지난 해 성과는.
"성공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던 '청주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난개발 대책 거버넌스'에서 보듯이 '청주형 협치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과 청주테크노폴리스 3차 지구확장 PF자금 8400억원의 확보로 미래 100년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 것,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재생의 모범적 사례로 크게 기억될 문화제조창C 준공이 있다. 그리고 범죄예방 환경설계 단계별 사업 이행 등 사람 우선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성과로 꼽고 싶다. 특히 지난 해는 통합 이후 역대 최다 대통령상 수상도 기록했다. '안전', '경제', '복지', '행정' 등 힘을 쏟은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상을 수상해 더 의미가 깊다."

-문화제조창C 준공으로 지난해 청주가 전국에서 도시재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청주의 도시재생 방향과 현재의 단계는.
"불 꺼진 담배공장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제조창C로 조성돼 시민에게는 새로운 문화체험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문화적 도시재생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를 통해 도심으로 새롭게 인구가 유입되고,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써 재생효과가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우암동, 내덕1동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더불어 향후 추진될 도시재생사업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토부에서도 문화제조창C의 경제기반형 성공모델과 중앙동 마을기업 육성을 통한 자생적 도시재생 순환구조 마련 등 청주형 도시재생이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부합하는 도시재생 성공모델로 평가해 2020년 도시재생한마당 개최지로 청주시를 선정하고 문화제조창C 일원에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 매년 1~2개 정도의 뉴딜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뉴딜사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소규모 노후주택 밀집지역은 우리시의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시정의 첫 번째 우선순위로 안전을 강조했다. 
"시장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공약사업으로 '재해 없는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올해 12개 마을로 확대 시행한다. 지난해 구축을 완료한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은 교통사고, 화재, 범죄 등 CCTV영상을 실시간 통보해 신속한 현장 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연계해 2021년까지 재난안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완료해 유관기관과 재난상황을 공유할 계획이다. 전국 최초로 수립한 '청주시 범죄예방환경설계 종합계획'과 유흥가 원룸촌 공간유형별 셉테드 1단계사업,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셉테드 2단계사업의 지속 추진으로 지난 해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쓰레기 제로도시 선포식을 갖고 쓰레기 줄이기에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시의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1000t이 넘고, 현재 자체 공공소각시설 처리 용량을 초과해 민간 위탁까지 하는 실정이다. 2027년까지 온 행정력을 집중해 쓰레기 감량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시민실천운동을 확산하겠다. 지난 해에는 자원순환 문화 확산의 거점센터가 될 청주새활용시민센터를 개관하고 쓰레기 제로도시를 선포했다.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지속 실시해 모든 시민이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시민실천운동을 전개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청주를 4차 산업 선도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는데 현재 진도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반도체 융합부품 실장 기술지원센터를 296억원을 들여 구축(2022년)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해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충북대, 오창과학산업단지 일부가 스마트 IT 부품·시스템 분야 특화지구로 선정돼 매년 국비와 지방비를 스마트 IT 부품·시스템 분야 연구와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융합바이오세라믹테크노베이터 구축으로 바이오세라믹 소재 관련 연구부터 시험, 평가, 생산라인까지 원스톱 시스템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자율주행차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역 최초의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을 충북대학교 내에 추진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계속해서 4차산업혁명 선도도시가 되기 위해 관련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조직을 바꾸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도시공원 일몰제, 재개발·재건축, 폐기물소각장 신·증설 등 지역의 현안 대응은.
"도시공원 일몰제 관련 문제는 우리시의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보전, 최소개발'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은 조합이 시행하는 것이지만 신속하게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일부 정체된 구역에 대해서는 사업추진 가능성, 조합의 운영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비구역 해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 폐기물소각장 문제는 시장으로서 시민 건강과 밀접한 '환경'이 우선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폐기물소각장 신·증설 제한을 추진해왔다. 앞으로도 폐기물 소각시설의 설치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환경피해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적극적으로 신·증설을 제한하겠다."

-각종 현안문제들이 불러오는 갈등에 대한 해결방법은.
"시장으로서 대화의 자리는 언제나 환영하고 있다. 숙의와 합의의 민주주의는 일시적으로는 표면적 갈등과 시간이라는 비용을 수반한다. 그 지난한 과정이 얼핏 보기에는 불통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대립의 소용돌이를 지나며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왔다. 그 결과 협치의 자양분은 시정을 성숙하게 했고 우리는 어떤 현안도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도 저는 숙의 없는 결과를 내기보다 과정에 더 투자할 예정이다. 모든 주장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 듣고 잘 이해해서 시민을 위해 좀 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새해 시정 운영 방향은.
"2020년도 시정 운영 방향은 균형과 공존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공간의 질을 높이고, 포용과 공평의 원칙 아래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리는 한편,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기치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잡았다. 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환경문제와 관련돼 있다.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 등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한편, 1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품 분류배출 및 수집의 개선 등 시민실천운동을 강화함으로써 쾌적하고 품격 높은 환경을 만드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공동체의 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공평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시청 본관 3층 '비채나움'의 실험은 이미 열린 도서관, 보건소 공간혁신, 흥덕구청사 공간혁신으로 이어지고 있고 숙원사업인 통합청주시청사도 제대로 설계해서 공간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시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와 4000여 청주시 공직자가 지향하는 시정의 목표가 시민들께서 바라고 그리는 청주시와 같은 방향이기를 늘 기대한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억의 총합이자, 도로보다는 거리가, 직선보다는 곡선이, 속도보다는 안전이 보장받는 동시에 자연과 공존하면서 균형 있게 발전하는 곳이다. 그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박재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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