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방탄소년단이라는 보이 그룹이 한국의 이른바 'K-POP'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데 이어 이번엔 한국 영화 한 편이 대한민국 문화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야기다. 지난 해 5월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주요 영화상을 차례로 휩쓸어 온 '기생충'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쾌거이며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인 미국 할리우드의 벽을 넘어버린 '놀라운 사건'이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상은 오스카상이라 불리기도 하는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게다가 다음 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 성격을 띠기 때문에, 비록 '그들만의 잔치'라고 폄훼되기도 하는 아카데미상이지만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생충'은 이미 아카데미상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의 예비 후보로 지명된 상태다.

이 영화는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대립 구도를 토대로 계층 간, 그리고 각자의 계층 내 갈등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그동안 '기생충'이 해외에서 거둔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시드니, 로카르노, 밴쿠버, 상파울루 국제영화제 등 15개 이상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30여 개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등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낭보를 쏟아냈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등 미국 대도시 영화비평가 협회 등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작품성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북미에서 개봉해 1900만달러(한화 약 230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지난 해 북미에서 개봉된 외국어 영화 중 최고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했다.

최근 전미 비평가협회 연례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3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호주 아카데미 시상식(AACTA)에서도 영예인 작품상을 받았다.

일일이 열거만 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다.

앞서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주연을 맡았고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도 감독했던 봉 감독은 이제 할리우드 주류 감독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향후 한국 영화의 수출, 배급, 합작 등에서도 유리한 환경 조성이 기대된다.

그러나 국내 영화 산업 전반에 '꽃길'만 열린 상황이라곤 할 수 없다.

'기생충' 한 편에 의한 효과가 얼마나 갈지 모르는 건 당연한 데다 스크린 독과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실미도'가 포문을 열었던 '천만 관객 영화'의 등장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행 양극화를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영화가 꾸준히 세계 속으로 발전하려면 지금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돈 좀 될 듯한' 특정 영화에 쏠려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여건과 다양한 영화가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생충'을 넘는 또다른 영화가 등장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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