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 · 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

 

[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 · 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

이제 2020년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경자(庚子)년 새해가 밝아왔다. 흰쥐는 매우 지혜로워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데다 총명하고 부지런하여 생존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변덕스러운 이합집산의 국제 경쟁 속에서 발 빠르게 적응하여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고 국력이 부강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돌아보고 희망의 날개를 다시 활짝 펼치고 싶은 소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제 환경과 국내의 정치 경제 등 전반적인 상황이 그다지 녹록치 않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 사회 불공정성 연구 결과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수록 행복감이나 희망 그리고 삶의 만족도가 모두 떨어진다고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보다 공정한 대우를 받는가에 따라 행복의 감정이 좌우된다고 한다. 지도층의 반칙과 특권, 정부의 반시장적이고 이념 편향적 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향후 사회 전반의 불공정성 인식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층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국민들이 정작 힘들어하며 걱정하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오직 집단이 추구하는 목표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질 뿐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예의를 갖춰 설득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있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인생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반복의 연속이다. 갑자기 세찬 비바람이 불어오고 어느 순간 눈보라가 몰아치기도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의 물결에 휩쓸리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칠흑처럼 어두운 상황에서도 하루하루 행복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진정한 용기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정작 변화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잠시 돌아본다. 세상의 모든 일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차분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꽃이 지고 이듬해 다시 화사하게 꽃봉오리가 터지는 것처럼 비록 지금 어려울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희망이 찾아온다.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우연하게 시청하였다. 채널을 돌리는 중에 호기심으로 잠시 보았는데 아마 한 시간 이상 화면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방송 초반에는 주인공이 주변 환경을 어색해하며 조금 긴장한 듯하다. 남자 주인공은 상대방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자상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긴장하여 얼굴에 맺힌 땀을 연신 훔치면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심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만나 편안한 관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할 때 비로소 감정의 공유가 가능하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상대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장면에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신년 인사차 식사자리에서 만난 어느 선배의 하소연이다. 평소 관계가 좋았던 지인과 갑자기 관계가 소원해져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다. 인정이 많아서 사람들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분으로 여겼기에 처음에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를 조금 이해할 듯하다. 습관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비전을 먼저 선언하고 나중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행동하지 못하였다고 자주 변명하였던 것 같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소리 없이 떠나게 된 것이 아닐까. 요즘 세태의 현실적 상황과 사랑이야기를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겹쳐져 진한 아쉬움이 교차한다. 생각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결국 신뢰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만물과 현상은 어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꽃동네처럼 보이며,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먼지가 자욱한 회색빛 도시로 보인다. 욕심을 비우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이유는 내면의 잠재된 욕망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행복을 찾기 위해 소매를 걷기보다는 먼저 마음속 헛된 욕심을 버리면 그만큼 행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커진다. 행복한 사람은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생각과 행동의 조화를 통하여 자신이 꿈꾸는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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