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듬성듬성 내려앉은 풍설(豊雪) 위로 쥐띠 해가 불끈 떴다. 어제 그 모습으로 올랐건만 산꼭대기 바닷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겸허한 마음을 여몄다. 쥐는 의인화하여 서생원(鼠生員)이라 불렀다. 1950년대 필자의 고향집은 가족 수 두 배도 넘는 쥐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하다시피 살았다. 층간 아닌 천장 소음, 늦밤일수록 정도가 심했다. 안방까지 자주 내려와 사람을 놀래 키며 살림살이를 엉망으로 만들곤 했다. 꾸러미처럼 몰려다니던 추억 속 동물들, 신식 집에 밀려 하나 둘 어디론가 떠나더니 ‘쥐 죽은 듯’ 얼씬도 않는다. 고양이 앞 당당한 경자(庚子)년의 끗발로 건강한 삶을 일깨운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 딱지와 구슬치기는 요즘 인터넷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였다. 방과 후 시작되면 땅거미 짙도록 거의 매일 계속 됐다. 재수 좋은 날은 양쪽 주머니가 백석(白石)지기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빈털터리 될 때면 일상조차 망가졌다. 담임 선생님 앞에서 숨기려 하면 "괜찮아, 최고의 세상 공부야" 되레 웃음과 함께 맞장구로 행복을 건네셨다.

어느 날 갑자기 쇠구슬이 들어온 바람에 유리구슬은 백전백패 수모를 겪었다. 중학교 입학 후 동생조차 잔고(딱지·구슬) 인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애써 모은 전 재산을 버린다는 건 파산만큼 혼란이 왔다. ‘채움·비움, 원칙·반칙, 공정·불공정’ 규칙도 그렇게 배웠다. 초등 3학년생 손주의 새해 희망은 빨리 한 해가 갔으면 좋겠단다. 엄마 아빠와 일년 뒤 ‘해외 로봇체험’ 기대, 인공지능을 쩔쩔매게 할 설렘이란다. 낯 선 미래를 주무를 AI시대 주역답다.

한국인 행복지수를 환산하니 ‘C(보통)’ 정도로 어정쩡하다. ‘워라벨·저녁 있는 삶’ 등, 다양한 배점에도 정치 뒷걸음질 영향이 크다. “저 사람 유니폼 색깔 바꿨네. 언제 갈아탔지?” 도대체 금배지가 뭐길래 툭하면 부수고 또 새집을 짓는 이전투구다. 최근 KBS청주 여론조사 결과 '거주지 국회의원 교체' 물음에 응답자 54.9%가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선(多選)의원 어쩌구 저쩌구’ 구실을 붙여 평생 자리를 지킬 모양새다. 오죽하면 ‘국회무용론’과 ‘투표권 포기’를 유권자 권리로 소리 높일까. 정치판의 대대적 수술이야 말로 당면 행복과제다.

‘작심 사흘’을 고수하듯 비틀거린 경험으로 충분하다. 젊은이들 입에서 콧노래가 흘러야 한다. 내 밥 덜어 옆 사람 채워주며 ‘물 말아서 더 먹어라’던 세대 간 공감은 복원해야할 국민적 울림 맞다. 국가학점을 그냥 눙치려는 건 책임회피 아닌가. 진짜 중요한 건 이제 부터다. 나라 안팎의 도전을 성장 동력으로 달굴 미래 집중 신호탄을 쐈다. 툭하면 편 가르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호들갑 떨지 말고 교육·문화·경제·사회·정치 모두 ‘쥐 죽은 듯 자기 몫하는’ 2020년 시작이다. 아무튼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 귀에 딱지 앉도록 들어 본 자랑거리다. 그래서 더 믿고 싶다. 위대한 대한민국 A+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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