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4·15 총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을 뒤로 한 채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들어갈 태세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정된 13일 패스트트랙정국이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해 한 해 동안 몸싸움과 고소·고발전 등 극한 대치로 채운 패스트트랙 정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20대 국회에는 '동물국회', 최악의 국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패스트트랙(유치원 3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검경수사권 조정법안·선거제 개혁안 등) 에 올랐던 법안 중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은 지난 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유치원 3법 등은 13일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이에 따라 이날 이후 총선 체제로 일제히 전환하며 사활을 건 총선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인 더불민주당은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후보 공모 일정을 확정하는 등 총선 체제를 본격화한다. 이미 불출마자 등을 제외한 현역 의원 112명에 대한 최종 평가를 마친 상태다. 경선 불이익 대상인 하위 평가 20% 의원들에게 대한 개별 통보가 이뤄지면 추가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물갈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오는 15일 첫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이슈 선점에도 뛰어든다. 청년 주거와 일자리, 혁신성장을 위한 신산업 육성 관련 세제 혜택 등과 관련한 공약을 우선 준비 중이며 최종 검토를 거쳐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도 총선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보수통합을 총선 준비의 핵심으로 보고 연일 '통합'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을 비롯해 보수·중도 진영이 참여하는 당 밖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매개로 보수통합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새보수당과의 통합 논의도 병행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또 지난 8일 김은희 테니스 코치와 탈북자 출신의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NAHU) 대표를 영입했고, 13일에도 추가 영입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출범한 총선공약개발단은 '1호 공약'으로 공수처 폐지와 검찰 인사 독립을 내걸었다. 이번 총선을 '정부 심판론'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바른미래당은 조만간 귀국하는 안철수 전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정계개편 가능성 등 총선 전략의 틀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안 전 의원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의당은 청년을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에 앞세우는 방안을, 민주평화당은 호남에서 민주당과의 '1대 1 구도'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20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대폭 물갈이와 선심성 공약(?) 등을 통해 국민의 기대를 모아보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한심한 처사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인들에게 속지 않는다. 그들보다 훨씬 현명하고 날카로워졌다. 국민들은 국민을 대표해서 법안과 예산을 심사하고, 국정과제를 논의하는 등 일하는 국회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