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대 교수

[충청광장]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현대인들에게 흔히 지방이란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독소처럼 여겨진다.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필수적인 3대 영양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지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매우 야박하다. 물론 트랜스지방과 같은 변형된 지방이나 혈관 및 복부 지방과 같은 누적된 지방이 몸에 해로운 건 사실이지만, 지방 자체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중요 영양소 중 하나이다. 과다한 지방섭취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만성질환을 부르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지방 그 자체가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다한 섭취를 했을 경우에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지방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체중이 늘어난다고 하였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줄이려고 애쓴 결과 심장질환은 감소했으나 평균체중과 당뇨병 발생률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섭취를 줄인다고 해서 체중이 줄거나 성인병으로부터 해방된 것은 아니고 칼로리의 섭취량을 줄이면서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지방은 인체 내에서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호르몬의 원료로 에너지를 제공한다. 뇌와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모든 세포막을 구성하고 체온 유지에도 관여하며, 지용성 비타민인 A·D·E·K가 흡수될 때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과잉 축적으로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양의 복부 지방은 실제로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필수지방산은 신체의 성장과 함께 여러 생리적 기능의 정상유지에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지방은 1g당 9kcal의 에너지를 만들어 효율이 높아 열량소모가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몸속에 지방이 부족하면 인체에 여러 기능의 장해가 따른다. 가장 먼저 60%가 지방으로 구성된 뇌는 20%가 오메가3 지방성분이 차지한다. 반대로 말하면 지방이 부족할수록 뇌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기억력과 인지능력 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지방이지만 그 종류에 따라 성격을 달리한다. 지방 중에서도 우리 인체에 더 유익한 지방이 따로 있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지방을 취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지방은 크게 어떤 지방산으로 구성됐느냐에 따라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뉘는데 결론적으로 불포화지방이 우리 몸에 훨씬 더 유익하다.

포화지방은 흔히 ‘나쁜 지방’으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은 사실 이 포화지방 때문에 각인된 것들이다. 포화지방은 보통 실온에서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육류나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다. 반대로 불포화지방은 건강에 도움이 되고 많이 먹어도 그다지 나쁠 것이 없다. 두뇌 발달과 시각 기능에 중요하고 고지혈증 위험을 낮춘다는 오메가3 지방산도 바로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이다. 각종 견과류를 비롯해 콩기름이나 올리브유 같은 실온에서 액체인 식용유와 고등어, 꽁치 등의 생선 기름은 동물성지방이면서 불포화지방이다.

다만 불포화지방이면서 몸에 나쁜 지방은 액체기름을 인위적으로 고체 상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마가린이나 쇼트닝 등은 트랜스지방이라고 따로 떼어 분류하기도 한다. 불포화지방이지만 그 성질은 포화지방보다 더 나쁜 지방이다. 지방 섭취량을 줄이고자 할 때는 무조건 총 섭취량을 줄이기보다 트랜스지방과 동물성 지방의 상대적인 섭취량을 줄이고, 오메가3 및 오메가6 지방산과 같은 몸에 유익한 지방의 섭취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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