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로봇공학분야에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이론이 있다.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관련된 이론이다. 골짜기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처음엔 그 대상이 인간과 닮을수록 친근감을 느끼다가 어느 수준 이상을 닮게 되면 친근감이 마치 골짜기로 추락하듯 혐오감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골짜기가 형성된 이후에는 로봇이 인간과 아주 완벽하게 닮게 되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던 혐오감은 다시 친근감으로 급속히 전환된다고 한다. 최근 이러한 이론을 실감하게 해주는 기술이 국내 기업을 통해 선보여 소개해 보고자 한다. 지난 1월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 출품된 기술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삼성전자가 극비리에 추진해온 프로젝트인 ‘인공인간 네온’이었다.

네온은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개발 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스'가 개발한 인공인간이다. 네온을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인 인공지능이라 하지 않고 인공인간이라고 한 이유는 인공인간 네온은 그동안의 인공지능 기술과 달리 인간과 대화를 하고 실제 인간처럼 행동하며 기억을 형성하고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온 프로젝트는 MIT 미디어랩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NASA, 유네스코 등을 거쳐 2015년 33세 나이에 삼성전자 최연소 상무에 올랐던 인도 출신의 천재 과학자 미스트리 SRA 전무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미스트리는 "네온은 우리의 친구, 공동 작업자, 동반자가 되어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고 진화하며 추억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CES전시장에 다양한 인종과 성별, 복장으로 등장한 20여명의 네온 캐릭터는 근육질의 남성부터 항공기 승무원, 아나운서, 동양인 여성 등 생김새와 특징, 직업 등도 다양했다. 휴대폰으로 웃으며 통화를 하는 모습, 스트레칭을 하거나 체조를 하는 모습 등 네온 인공인간은 실제 사람의 모습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프레젠테이션 도중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스포츠, 원하는 것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모니카라는 네온은 “한국어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즉각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네온은 기존의 인공지능 비서와 같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날씨를 알려주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등의 기능은 없다. 대신 네온은 인간과 대화를 하고 실제 인간처럼 행동하며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억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기도 한다.

진짜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는 인간과 교류하는 느낌이다. 불편한 골짜기의 최저점을 지나 친근감으로 느껴지는 인공인간의 출현을 보며 가까운 미래에는 구글을 통해 공장에서 나와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로봇기술과 삼성전자의 인공인간 기술이 결합된다면 같이 일을 하고 싶은 직장 동료도, 감정을 나누며 사귀고 싶은 친구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날이 곧 도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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