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법무부와 검찰이 대립하고 있다. 서로의 옳고 그름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검찰을 보는 시각이 '검찰이 누구에게 조준하느냐'에 따라 다른 각도임을 실감하게 된다. 자기편이냐, 자기편이 아니냐가 기준으로 보인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런지? 광화문에서는 '윤석열을 사수하자'는 집회와 '윤석열 사퇴하라'는 집회로 대립하고 있다. 참으로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먼 훗날 역사가 판단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정권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정권과 가까운 검사들이 대거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점이 든다. 자기들 비리를 덮어달라는 것이 아닐런지? 그런데도 청와대와 추 장관은 "가장 균형 있는 인사"라고 평했다.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청와대가 개입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의 진상과 증거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돼 있다. 정권이 덮으려 든다고 덮어질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친구를 단독 전략 공천했다. 정부는 야당 후보 공약은 무산시키면서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여당 후보 공약에는 특혜를 줬다.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덮쳐 선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선거 공작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총장은 검사장 인사 발표 직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년사에선 "검사들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했다. 끝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국가균형발전위를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견제는 더 거세질 것이다.   

전격적으로 단행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수사 대상자들이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를 주도한 청와대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을 놓고 하는 말이다. 이들이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두 검찰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가로막는 사법 방해는 미국 대통령 탄핵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특검을 해임한 일로 탄핵 위기에 몰려 중도 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FBI 국장을 해임한 일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역대 정부에서도 늘 있었던 일이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 아들들이,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형들이 각각 임기 중에 사법 처리됐다. 노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검찰이 대통령 오른팔과 최측근 참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이를 보면 현 정권에 대한 수사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었으면 한다.

연일 친문(親文) 세력을 비판해온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총장은 임기가 2년 보장돼 있어 물러나게 하려면 사실상 자진 사퇴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윤 총장이 사퇴하도록 압박하려면 뭔가 꼬투리 잡을 게 필요하고, 그래서 '항명'이라고들 단체로 트집 잡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제 진보 측 일부의 비판의 목소리에도 스스로 귀 기울이는 모습이 나타나길 희망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대립하는 모습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서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건강한 대한민국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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