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사람의 생애주기에서 영·유아기 교육이 무척이나 중요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다.

영·유아기 교육은 사회에 나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헤쳐가는 데 있어 기초 중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이런 영·유아기 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의 75% 가량이 사립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1호 법안인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지 12개월 18일 만이다.

유치원 3법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의해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의원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교비로 명품백은 물론 성인용품까지 사들인 사실을 폭로했다.

학부모들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으며 박 의원은 이런 엄청난 폭로에도 불구, 지난 해 한 해 동안만 이런 비리 규모가 421억9000여 만원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이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강하게 반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사실상 집단 휴업을 감행하는 사태까지 빚기도 했다.

한유총의 이런 행태에 대해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도 했다.

유치원 3법의 핵심은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 회계 단일화, 교비의 교육 외 목적 사용 시 형사처벌 등이다.

단적인 예로 애들 밥값을 원장이 자신의 명품백 구입에 쓸 수 없다는 얘기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교비 회계에 속하는 재산이나 수입을 사적 용도로 사용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동안 유치원 회계 비리는 적발돼도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교육당국은 시정 명령과 정원 감축 등 행정적인 처분만 내릴 수 있었다.

비리 관련자에게도 해임이나 파면 같은 중징계가 아니라 주의·경고 등의 조치만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쓸 수 없다며 첨예하게 교육당국과 대립하고 자신들끼리도 갈라지게 만들었던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 '에듀파인' 역시 개정 유아교육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한유총이 주장한 임대료 개념의 '시설 사용료' 국가 지급은 법제화 과정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는 법제화된 자격이 없어 누구나 유치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었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앞으론 유치원을 부실 운영해 폐쇄 명령을 받았거나 마약중독자, 정신질환자, 금고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자 등은 유치원을 경영할 수 없다.

법인 이사장의 원장 겸직도 금지된다. 유치원 비리에 대한 '셀프 징계'를 막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이 법의 맹점을 파고드는 일이 없도록 시행령 등을 잘 정비해야 한다.

법으로만 강제할 게 아니라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침해 여부를 잘 살피고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모두가 비리 집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 방안도 찾아 교육의 질을 높이며 진정한 유치원 공교육화가 완성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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