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
박재희 전 청주대 교수, 어제 기념 시연회

▲ 국가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인 박재희 전 청주대 교수가 15일 충북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 기념 시연회에서 태평무를 선보이고 있다.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춤은 '추는 것'이 아니라 '추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춤은 자연을 닮아가며, 자신을 비워내는 춤입니다."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춤의 살아있는 전설 박재희 전 청주대학교 교수(70)가 15일 충북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박 전 교수는 이날 국가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 기념 시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시종 충북지사, 오진숙 충북무용협회장, 박시종 한국무동인회 대표, 김진미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등 문화예술계 대표와 그의 제자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시연회에서 박 전 교수의 춤을 보던 제자들은 연신 환호했고 참석자들은 그의 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기에 바빴다.

시연에 이어 이 지사와 제자 대표로 손혜영 대구카톨릭대 겸임교수가 박 전 교수에게 기념패를 증정했다.

손 교수는 스승에게 기념패를 건네며 감격에 겨웠는지 눈시울을 븕혔지만 이내 등장한 대형 원형 꽃다발을 박 전 교수의 목에 걸면서 그와 함께 밝게 웃었다.

박 전 교수는 지난 해 11월 무형문화재위원회 15차 회의에서 이현자(84)·이명자(78)·양성옥(66)씨와 함께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이 됐다.

1988년 12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춤이다.

절도·품격의 궁중무용 특성과 즉흥·신명으로 귀결되는 민속무용 특성을 고루 갖췄다.

민족주의적 무용가 한성준에 이어 그의 손녀 한영숙과 박재희로 이어지는 태평무는 모든 문화예술 중에서도 민족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는 평을 듣는다.

박재희 보유자의 태평무는 독특하고 세밀한 발놀림과 발디딤에서의 묵중하고도 정교한 품새, 우아하고도 절도 있는 손놀림, 단아하면서도 고아한 자태가 특징이다.

특히 양손으로 남색 겉치마를 살짝 들어 올릴 때 보이는 붉은색 안치마와 하얀 버선발은 한국적 아름다움의 극치다.

박 보유자는 홀춤으로는 최초의 인간문화재(승무 보유자)였던 고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1973년 태평무를 전수 받았다.

1980년 승무 이수자가 된 그는 1982년 청주대 무용학과 교수로 부임,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박재희새암무용단을 창단하고 충북무용협회장, 충청지역 무용교수연합회장, 청주시립무용단 안무자 등을 지냈다.

무용의 불모지인 충북 무용계를 개척하고 중부권 무용계의 기틀을 다지며 전통춤 계승과 춤 창작에 힘썼다.

2000년에는 벽파춤연구회를 결성, 한성준-한영숙 류의 춤을 중심으로 전승과 보급에 노력했다.

1992년 1회 전국무용제 우수상, 1997년 서울국제무용제 우수상·안무상·연기상·미술상과 무용전문지 '몸'의 무용예술상(작품상), 2006년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대한민국 무용계에 남긴 업적이 인정돼 국민포장, 옥조근정훈장, 충청북도문화상, 대한무용학회 학술상 등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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