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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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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6  17: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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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우리 대학이 있는 옥천은 참 기운이 부드러운 곳이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서도 나오듯이 학교 앞에는 실개천이 흐른다. 생선국수가 맛이 있고 학교에서 밤샘 작업하다 새벽녘에 나가 소주 한 잔 먹고 들어와서 곤히 단잠에 빠지기에도 좋은 고을이다. 그래 그런지 옥천 사람들은 참 착하다. 군 의원을 하고 계신 분 중 곽봉호의원이 계시는데 매일 카톡으로 옥천 소식과 함께 훈훈한 내용을 보내주신다. 그 전에 자주 보았던 좋은 생각(Positive Thinking)이란 월간지에서 나오는 내용보다 더 가슴이 따뜻해지는 내용을 보내오신다. 오늘 그 중에 내 마음을 파고든 글이 있어 새해를 맞아 공유하고자 한다.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꾸겨진 1만원을 들고 동네 모퉁이 구멍가게에 분유를 사러 왔다. 분유통을 계산대로 가져가니 주인은 1만 5천원이라 말한다. 힘없이 돌아서는 아이 엄마 뒤로 가게 주인은 분유통을 제자리에 올려놓는다. 그러다가 분유통을 슬며시 떨어뜨린다. 주인은 아이 엄마를 불러 세우고 찌그러진 분유통은 반값이라고 말한다. 1만원을 받고 2천5백원을 거슬러 준다. 아이 엄마는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분유를 얻었고 가게 주인은 7천5백원에 천국을 얻었다. 정말 멋진 거래다. 또 다른 글 하나를 소개 해 보고자 한다.

남편이 잠 못 들고 뒤척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서 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꺼냅니다. 무슨 돈이냐며 묻는 아내에게 내일 혼자 몰래 고기 뷔페에 가서 소고기 실컷 먹고 오라고 주었습니다. 아내의 눈가엔 물기가..“여보, 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어제 밤 남편에게 만원을 받은 아내는 그 돈을 노인정에 가시는 시아버지에게 주었습니다. “아버님 만원이에요. 제대로 용돈 한 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 작지만 이 돈으로 신세진 친구 분들하고 약주 나누세요”. 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 힘들게 끌어가는 며느리가 보기 안쓰러워서 노인정에 가서는 며느리에게 용돈 많이 받았다고 자랑만 잔뜩 하고 그 돈을 장롱 깊숙한 곳에 두었습니다.

다음 해 설날, 할아버지는 손녀의 세배를 받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에게 미리 준비해 놓은 그 만원을 세배 돈으로 줍니다.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외동딸 지연이는 마냥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엄마를 불러냅니다. “엄마 책가방 얼마야?” 엄마는 딸의 속을 알겠다는 듯 빙긋 웃습니다. “우리 지연이 학교 가고 싶니?” 지연이는 할아버지에게서 세배 돈으로 받은 만원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엄마에게 맡길래. 내년에 나 예쁜 책가방 사줘” 요즘 남편이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안하던 잠꼬대까지 합니다. 하기야 아침에 싸주는 도시락 반찬이라야 매일 신 김치쪼가리 뿐 이니. 아내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 속주머니에 낮에 딸 지연이가 맡긴 만원을 넣어 둡니다. ‘여보 내일 좋은 것 사서 드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단지 만원만 가지고도 이렇듯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살 수 있다. 새해, 작지만 함께 사는그 결과 따스함으로 가득 차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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