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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특정인 전략공천' 안된다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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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9  13: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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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쓴소리칼럼] 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총선 때가 되니 '상류사회'란 영화가 떠오른다. 욕망에 관한 영화다 지난 2018년 여름에 개봉됐다.'인터뷰'(2000), '주홍글씨'(2004), '오감도'(2009) 등을 만든 변혁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위(上)'만 쳐다보고 뛰는 부부 얘기다.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태준(박해일), 수연(수애) 부부를 설정했다. 태준의 직업은 대학교수다. 인기가 많아 그의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도 출연, ‘사이다’ 발언으로 시청자를 사로 잡는 인물이다. 아내 수연은 재벌그룹의 미술관 부관장이다. 어떤 일이든 똑소리 나게 일하는 여자다. 동료들에게는 선망과 시기의 대상이다. ‘윗사람’인 관장과 관장의 남편인 재벌 그룹 회장에게는 놓치기 싫은 일꾼이다.

태준은 유명해지자 국회의원을 꿈꾼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집회에서 분신을 시도하던 노인을 온몸으로 구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를 계기로 제1야당 ‘민국당’으로부터 총선 출마 영입 제의를 받는다. 결국 여러 술수 속에 전략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미술관장 자리를 노린 수연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친한 기자에게 미술관장의 비리를 기사화하게 한다. 그녀는 미술관장의 남편인 그룹 회장 한용석(윤제문)을 찾아가 유혹하기도 한다.

부부의 욕망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한국 정치의 어두운 뒷면을 묘사했다. 대사 중에 “나는 당신이 때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때를 만드는 사람이길 바래” “검찰 조사받았으니 국회의원 아내 자격 있지”라는 대사가 다 같은 맥락이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선거에서 '전략공천'의 취지는 법에 어긋난 게 아니다. 하지만 전략지역에서 오직 승리만을 위한 편법이 더 많다. 전략공천을 잘 쓰면 '이기(利器)'이지만 잘못 쓰면 '흉기(凶器)'가 된다. 집권 여당이나 제1 야당일수록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이 꼼수를 쓸 때가 더 많다.

엊그제 집권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13곳에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말이 잠정이지, 실은 거의 확정해놓은 셈이다.

그중에 하나가 세종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이자 평균연령 32.9세의 젊은 도시다. 그런 세종을 여당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잠정 결정한 것이다.

세종은 노무현 대통령이 꿈꾼 행정수도는 불발됐지만, 주요 부처가 다 내려온 행정중심도시다. 구성원도 도농복합도시지만 지식 집단이자 오피니언층인 공무원의 도시다. 그런 곳에 집권당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후보를 전략공천한다니, 충청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왜냐면, 지역주의 타파와 지방분권, 특히 수도권 인구 과밀해소를 위해 조성된 첨단도시, 국가 균형 발전의 상징도시인 세종이기 때문이다. 어느 땐데 케케묵은 '내 사람 내리꽂기'인 전략공천하겠다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학자 중에 하나가 낙하산 인사다.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 참여 인사, 코드에 맞는 인사, 더불어민주당 인사)'인사만 골라 쓰는 폐해가 적지 않아서다.

사법, 입법, 행정 3부는 물론 공기업, 출연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이 캠코더 파문이다. 생각이 같으면 '끼리끼리'지만, 그 반대면 모두 적이 되어 갈등을 빚는 한심한 사회가 더 노골화됐다.

이런 판에 세종의 총선 후보마저 당 지도부가 특정인을 내리꽂기 전략공천을 한다는 말인가. 총선 출마를 위해, 이런저런 자리를 모두 내려놓은 후보가 여러 명인데 선거 출마 기회마저 안 준다면 너무 가혹한 것이다.

처음에 이해찬 대표가 추구하던 전략공천을 긍정 평가한 때도 있었다. 지난해 8월인가에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이번 총선에서 TK(대구·경북) 지역에 전략공천하겠다는 뜻을 요청했을 때다.

여당이 취약한 TK에서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 6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복지부 장관 설도 있었지만 이렇다 할 자리가 없다. 김해 신공항 재검토, 내각 인사 지역 안배, 침체된 지역경기 등으로 나온 ‘TK 홀대론’을 잠재울 적임자여서다.

과거 3김 청산과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흔적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3김 정치문화와 지역패권주의가 사라지지 않은 채 낡은 정치의 찌꺼기로 남아있어서다.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은 당시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웠다. 그 명분에 따라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을 TK에 투입했다. 윤덕홍 전 부총리,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추병직 건설교통부 차관 등이 대구·구미 출마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이해찬 대표가 불출마로 마음을 비웠다기에 세종만이라도 경선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를 믿고 따랐던 세종의 출마 예정자와 당원들은 정치쇄신 차원의 후보 경선을 기대했다.

세종 후보들과 민주당원들은 이 대표가 과거 돈과 권력과 인맥 정치로 대별되던 3김정치의 전략공천은 안 하겠다고 밝히길 바랐다. 내 지역구인 세종만큼은 당원에 의한 후보 경선을 치르겠다고 공표하길 원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이나 세종시당의 엄정한 중립의 입장이다, 사심이 없다, 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하면 그 결과대로 하겠다고 외칠 줄 알았다.

세종에서 이번 총선 출마 예정자 중에 대부분은 위기를 맞았던 이 대표와 함께 해온 인물들이다. 법률자문을 해온 인사부터 지난 2016년 민주당 공천에서 떨어져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 정치생명을 건 인물들이다. 세종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들이 대부분이 경선을 준비해왔다.

물론 경선의 부작용도 없지 않다. 경선 후에도 후보 간 깊은 골로 도움은커녕 원수지간인 경우가 허다하다. 차라리 경선 없이 후보를 선택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JP(김종필)는 '경선을 잘못하면 당이 쪼개져'하며 경선 경계론을 펴기도 했다.

그 때의 정치는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3김 정치시대와 너무도 많이 변했다, 국민의 수준, 즉 민도가 우선 높아졌다. 선거방식도 변했다. SNS로 단숨에 수천, 수만 명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문제다. 경선의 문제점 못지않게 전략공천도 마찬가지다. 경선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민의 참여, 당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수렴해 반영할 방법이 없다.

전략공천이면 선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과거는 '전략공천자=3김 씨의 복심(腹心.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깊은 곳의 속마음)'으로 읽혔다. 그래서 영호남 충청권의 맹주인 3김 씨가 내리꽂는 전략공천자는 말뚝이라고 표를 던졌던 그때와는 다르다.

많은 정치인들은 경선 없이 당 대표의 지인인 특정인을 전략공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란 경계도 적지 않다. 전략공천 대상 지역은 지금껏 경선을 준비해온 자당의 후보들이 이에 불복하거나 등을 돌리면 승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정인을 위한 전략공천이 가져오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일수가 있다.

민주당의 전략공천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70명 가까운 참모진의 총선 출마에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발표되는 영입되는 각계 인재들을 구제하려니 중앙당의 전략공천밖에는 없다. 비례 대표 자리가 있지만, 이는 역시 바늘구멍이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은 공천은 경선이 그 원칙이라고 밝혀왔다. 신인이나, 여성, 청년에게는 25%의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 대신 현직 선출직들에게는 20%의 감점을 부여하여 지자체장 등의 총선 출마를 제한했다.

이게 지난해 상반기 나온 총선 공천룰이었다. 그리고 240석을 얻겠다고 자신했다. 그런 공천룰이 시간이 갈수록 변했다. 경선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나 전략지역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다가 경선이 원칙이지만, 특별한 지역에는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바꿨다. 그래 놓고 며칠 전에는 한발 더 나갔다. 경선이 원칙이지만 현역이 없는 지역구에는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다보니 세종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 갑을 비롯해 현역 불출마 지역 13곳을 전략공천 대상지로 선정했다.

당 차원에서 문 의장의 아들 석균 씨에 대한 세습 논란을 의식, 전략 공천 대상지로 선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당내 경쟁자가 있는 곳에 출마 예정자나 당원들의 의견과 다른 전략공천으로, 비민주적이던 '뒷방 공천'악령이 살아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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