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 회장·교육학 박사

[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 회장·교육학 박사

인간은 역사 안에서 역사와 함께 산다. 인간은 시간을 의식하고 시간에 살며 시간을 창조하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시간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인생관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교육의 의미와 방향도 달라진다. 서양의 역사에서는 주된 삶의 자세가 직선적 시간관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이 느낀 일차원적 시간관은 결국은 ‘없는 시간관’이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기에 없는 것’이고, 현재는 ‘끊임없이 없어져가는 순간의 시간이기 때문에 없는 것’이며, 미래는 ‘아직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의 태도는 결정론적이고 일회적이며 현실적이다.

우리 한국인은 시간에 대하여 말할 때 한 가지 종류의 시간만을 말하지 않는다. ‘과거’는 기억 속에 있고, ‘현재’는 지금 목격하는 순간이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기대일 뿐이라는 단순한 직선적 시간이 아니다. 과거가 단순한 현재의 퇴적물이 아닌 것처럼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적 시간구조는 삼차원적인 순환적 구조이다. 과거·현재·미래가 융합된 삼위일체로서의 시간관이다. 따라서 우리의 교육적 사고의 지평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포함하는 역사에 대한 존중이다.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래 빚어지고 있는 입법과정을 보면 난리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1+4 협의체’를 유지하며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보았다. 그보다 앞선 27일에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하향되었다. 지난 1월 13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검찰개혁 입법’을 완료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기존 형사체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유치원3법’과 ‘데이터3법’도 입법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대로 수호하고 있는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있는가?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대의명분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사사로운 안위나 파당을 위하여 대의를 저버린다. 히틀러 시대의 지도자들은 ‘외압’이 아니라 ‘소신’에 따라 나치에 협력했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그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자’들 이었다.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옳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 뿐(人君所畏者 史而己)”이라는 말은 최고의 폭군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연산군의 이야기다(燕山君日記 63卷). 백범 김구 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시를 보면 앞서가는 우리가 역사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눈 덮인 들길 걸어갈 제(踏雪野中去) 함부로 흐트러지게 걷지 마라(不須胡亂行)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今日我行跡)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遂作後人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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