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지난 1월 11일부터 며칠간 베트남 다낭 일원을 다녀왔다. 아름답고 여유로운 자연 경관을 즐겼다. 대형마트를 가니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딸기, 사과, 배 등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현지가이드에게 말하니 ‘베트남에서 설 최고의 선물은 한국 딸기’라 하여 무척 놀랐다. 한국 과일은 부자 나라의 과일로 인식되고 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뗏’ 무렵에도 귀한 선물은 한국 딸기라니…….

선물은 사전에 있는 것처럼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다. 우리는 올해 ‘최고의 설 선물’을 몇 번이나 받은 셈이다. 바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불굴의 투혼으로 올림픽 출전권과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여 온 국민에게 아주 특별한 설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 U-23 챔피언십 우리나라 경기를 거의 모두 지켜보았다. 만만찮은 C조에 편성되어 첫 경기인 중국전에서(1-0) 승전고를 울리고, ‘난적’ 이란(2-1)과 ‘디펜딩 챔피언’ 우즈베키스탄(2-1)도 잡고 조1위로 8강에 올랐다. 중국, 일본, 북한은 예선에서 탈락하고 동북아에서 우리만 진출하는 긍지와 감동을 주었다.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볼 때는 신바람이 났다. 후반 30분 1-1 동점골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이동경이 역전골을 터뜨리며 극적으로 승리한 짜릿함도 있었다. 호주와의 준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슈팅 20개(유효 슈팅 6개)를 시도해 2골을 뽑았지만, 호주는 슈팅 1개를 시도하는 데 그치는 것을 보고 예상 외였다. 까다로운 호주를 맞아 통쾌하게 승리하여 설 명절을 앞두고 안겨준 최고의 설 선물이었다.

예상보다 강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은 120여 분의 혈투였다. 우리는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상황이지만, 정상도 차지하기 위하여 원팀으로 똘똘 뭉쳤다. ‘피 말리는 승부차기까지 가야 하나?’ 걱정할 때 연장 후반 7분에 균형이 깨졌다. 공격에 가담한 장신(195cm) 중앙 수비수 정태욱이 높이 치솟아 머리로 우승 축포인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 감동은 형용할 수 없었다. 2014년 오만에서 열린 첫 대회는 4위, 2016년 카타르 대회는 2위, 2018년 중국 대회는 4위로 우리는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없었기에 그 환희는 몇 갑절이었다. 4번째 출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여 설날 이튿날에도 최고의 설 선물을 안겨주며 우승과 환희와 행복을 모두 선사한 선수단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자정이 넘은 줄도 모르고 감명 깊게 시상식을 보았다. 최우수선수상(MVP)은 원두재 선수, 베스트골키퍼상은 송범근 선수가 차지하였고, 선수단이 휘황찬란한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전승을 달린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 진출과 함께 AFC U-23 챔피언십 첫 우승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쾌거이다. 이제는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린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이룬 동메달 이상의 신화를 재현한다는 목표도 달성하여 온 국민에게 환희와 희망과 행복을 주는 선물을 또 안겨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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