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격리 수용지역으로 결정된 충북 진천 가보니
오늘 오전 도착 뒤 진천·아산에 14일간 격리 수용
진천·음성 주민 격앙 … 개발원 앞 반대 궐기대회

▲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우한 교민 격리 수용이 결정된 가운데 30일 인근 주민 100여 명이 인재개발원 앞에 모여 정부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중국 우한 교민만 국민인가요. 진천 혁신센터에 거주하는 2만6000명은 국민이 아닌가요." 

30일 오전 충북 진천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하 인재개발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주민 A씨는 절규했다. <관련기사 2·3·4·12면>

인재개발원에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격리 수용한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은 반대하는 시위를 이틀째 이어갔다.

시위에 참가한 주민들은 "우한 교민들에 대한 귀국 조치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지역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은 잘못됐다"고 분개했다.

이날 경찰이 경비를 대폭 강화하면서 주민들과 경찰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전날 오후 9시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봉변을 당하자 경찰은 밤새 23개 중대 700명의 경력을 투입하고 수십 대의 차량을 동원, 인재개발원 주변을 봉쇄했다.

인재개발원 정문을 막고 있던 트랙터와 화물차들은 자진 철거됐다. 

경찰이 오전 8시쯤  트랙터와 화물트럭이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불응할 경우 강제 견인하겠다고 경고하자 주민들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듯 트랙터와 화물트럭을 자진해서 치웠다.

그러나 오전 9시부터 다시 주민들이 인재개발원 앞으로 삼삼오오 몰려들면서 경찰과 숨 막히는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경찰에게 "꼭 이 길로 지나가야겠다"며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가 하면 경찰들에게 몸을 던지며 저항하는 주민들까지 나타나는 등 주민 모두 흥분과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대치상황이 이어지던 가운데 오전 11시쯤 주민 100여 명은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궐기대회에서 임흥식 음성 맹동면 이장협의회장은 "우한 교민들을 수용하는 결정이 지역주민과 아무런 상의 없이 이뤄진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2만6000여 명이 살고 있는 충북혁신도시로의 격리 조치를 결사 반대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윤재선 인재개발원 우한폐렴 수용 공동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우한 교민 수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밀집지역에의 격리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반대목소리를 내는 것을 지역이기주의로 보는 시선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민들이 수용될 인재개발원 입구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는 2198명이 거주하는 769세대의 아파트단지와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며 "인근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12곳에서 6500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주민들은 우한 교민 수용 철회 등을 요구하며 40여 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궐기대회가 끝난 뒤에도 인재개발원 앞을 떠나지 않았다. 

한편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 지역 체류 한국인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한 전세기는 이날 오후 8시4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 우한에 발이 묶인 교민을 최대 360명까지 태우고 31일 오전 귀환할 예정이다.

이들은 귀환한 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나눠 14일간 격리 수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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