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교민 수용 진천 인근 교육개발원 등
공공기관에 30∼31일 공가 허용 '비난'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공무원들에게는 불안을 우려해 공가를 허용한다면서 주민들에겐 안심하라니..."

정부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을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의 공무원 교육시설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한 가운데 수용시설 인근 공공기관들이 직원들에게 공가(公暇)를 허용했다.

공가 허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은 팽개치고 공무원들만 챙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진천군 덕산읍에 위치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은 30∼31일 직원들에게 공가를 허용했다.

공가는 병가(病暇)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에게 허가하는 휴가제도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인 양 기관은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이 진천에 수용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직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가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귀국자들의 임시생활시설 중 한 곳인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양 기관과 200m가량 떨어져 있다.

평가원은 사내 게시판과 직원 메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1월 30∼31 양일간 부서장 및 실소장을 제외한 직원들의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공가 사용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날 우한 귀국 국민 임시생활시설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2곳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 후 진천 주민들은 밤새 우한 교민 수용 반대 농성을 했으며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수용 예정 시설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공가 허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진천 현장에서 시위 중이던 한 주민은 "주민들에게 불안해 하지 말라, 안심하라고 말해놓고선 공무원들에겐 불안할까 우려해 공가를 허용한다는 게 대체 무슨 X소리냐"며 "지역 주민은 내팽개치고 공무원들만 챙기는 말도 안 되는 행태"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어이없다. 이중적인 위선적인 정부답네 공무원부터 대피 시키는 것 봐라 주민 죽든 말든 공무원부터 살리네"라고 비난했다. 이어 "휴가허락? 안전하고 관리 잘하겠다고 주민한테 통보하더니 공무원에게는 휴가 허락할 테니 대피해라는 거네"라며 "국민혈세로 공무원 위한 국가네 공무원이 모범은커녕 지들 살겠다고 휴가부터 주네"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너네들은 혹시라도 근처 출근했다가 바이러스 감염될까봐 휴가까지 주면서 못 오게 하면서 주민들은 수용시설 근처에서 매일 공원 산책하고 운동하고 돌아다니는데!! 주민들도 다 휴가 줄꺼냐"라고 정부의 이중적 대처를 비판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도 "여기 병원도 없는 거 정부는 모르는 거니, 즉각 철회하고 각성하라", "공무원은 공가로 피신시키고 지역주민더러 받아들이라는 게 먹히나", "공공기관사람들은 휴가주면서 거기 거주하는 지역사람들은 생각 안하나", "이게 공가를 허용할 일인가? 정부와 공공이 앞장서서 주민들을 안심시키지는 못할망정 지들은 공가로 쉰다고?" 등 정부의 잘못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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