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민, 대승적 차원 우한 교민 국가인재개발원 입소 허용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31일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하고 있다./연합뉴스

[충청일보 배명식·진재석기자] 속보=“우리 국민, 우리가 챙겨야지. 내 가족한테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인데...”

충북 진천 혁신도시 내 국가인재개발원(인재개발원)에 중국 우한 귀국 교민 수용을 반대한 지역 주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기존 입장을 철회, 입소를 허용키로 했다.

유재선 우한 교민 수용반대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31일 인재개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열어 “우한 교민이 안정된 마음으로 입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계속 반대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교민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겠다”며 “우한 교민들이 14일 동안 건강히 지내다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교민 수용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반발한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진천으로 오게 되면 그 피해는 진천군민만 보게 되니 이번 한 번으로 끝내 달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주민은 “우리 가족한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반대하기가 어렵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장소 선정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어려운 일을 당했으니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덧붙였다.

또 이날 주민들 사이에선 인재개발원에 입소할 교민들은 대부분 학생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주민들은 사이에선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못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어린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줘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반대 입장 철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을 마친 우한 교민 수용반대비상대책위원회는 이후 인재개발원 인근에 걸어놨던 반대 피켓과 현수막 제거에 나섰다.

진천에 학생들만 수용한다는 내용은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도와 진천군은 인재개발원이 있는 충북 혁신도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북도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우한 교민 진천 입소에 따른 주민안전 방안’을 발표했다.

도는 우선 14일의 수용‧격리기간 동안 신속한 현장대응을 위해 혁신도시 내 현장지원상황실을 운영키로 했다.

상황실에는 공무원 6~7명이 배치되고, 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상황점검회의가 매일 열린다.

상황실에서는 주민과의 직접 소통, 방역상황 점검 및 대응책을 논의하게 된다.

인근 지역주민들에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개인 방역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인재개발원 입구에 모든 진출입차량에 대한 방역소독을 진행한다.

소독차량 2대를 동원해 시설과 인접한 주요도로에 대한 도로 소독도 벌일 계획이다.

인재개발원 내 임시생활시설에는 출입자 대인소독기도 설치하는 한편 시설 출입자에 대한 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진천군 보건소는 충북혁신도시를 신종코로나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방역에 나섰다.

또 어린이용 등 마스크 1만2000매를 확보해 혁신도시 내 어린이집과 주민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손 소독제를 구입해 각 아파트 입구와 경로당에 비치하기로 했다. 혁신도시를 매일 한 차례 방역 소독을 하면서 상시 구급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교민들이 수용된 공무원인재개발원 주변의 공원과 도로 등에 주민들이 다니지 않도록 홍보도 강화하기로 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확보한 마스크와 세정제를 인재개발원 주변 노약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물량을 더 확보, 배분하겠다”며 “인근 음성군에도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과의 접촉 차단을 위해 외부 출입을 철저히통제하겠다”며 “저도 격리기간 동안 인재개발원 근처 컨테이너에서 함께 생활하며 실시간으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58분 우한 교민 368명을 태운 전세기 KE9884편이 김포공항에 내렸다.

우한 현지에서 중국 보건당국과 우리 측의 검역이 강화되면서 예정 시각보다 1시간 30여 분가량 지연 도착했다.

이들은 검역과 입국심사를 거쳐 경찰 버스를 타고 임시생활시설인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향한다.

김포공항에서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까지는 1시간40분~2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귀국한 우한교민 368명 중 18명이 증상을 보여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총 150명이 수용된다.

당초 예정 인원 중 충북지역 거주자는 모두 10명으로 파악됐으나 인재개발원에 몇 명이 들어오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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