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교민과 체류자 등 총 701명이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의 임시생활시설에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지난 달 31일과 지난 1일 2차례에 걸쳐 입소한 520명과 2일 추가로 입소한 8명 등 총 528명이 생활하고 있다.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머물게 된 교민은 첫 날 입소한 156명과 1일 입소한 11명, 2일 추가 입소한 6명 등 총 173명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2주간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한다. 외출은 물론 면회도 금지된다. 식사도 문 앞까지 배달된 도시락으로 하고, 식사 후 도시락을 비롯한 폐기물을 밀봉해 문 앞에 놔두면 폐기물 처리반이 수거해 가고 있다. 방역 원칙에 따라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이만 가족과 함께 방을 사용하고 있다. 방 밖으로 나오려면 미리 허가를 받은 뒤 마스크를 쓰고 이동해야 하며 교민 간의 만남도 제한된다. 사실상 창살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감금 생활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이들을 고달프게 한 것은 수용시설이 위치한 양 지역의 민심이었다. 우한 교민 수용장소로 아산과 진천이 확정된 지난 달 29일부터 지역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주민은 트랙터와 지게차, 경운기 등을 동원해 수용시설 진입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는 거친 욕설과 고성을 들어야 했다. 계란 세례도 받았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머리채를 잡히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같이 우한 교민들이 뜻하지 않게 불청객 신세가 된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가 격리시설 선정 초기부터 지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이해가 얽혀 있는 만큼 주민 동의를 먼저 받아야 했다. 특히 격리시설 후보지로 천안을 선정했다가 아산·진천으로 변경하는 미숙한 대응은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하지만 아산·진천 주민들은 같은 달 31일 긴 회의 끝에 교민 수용을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위와 농성을 위해 설치했던 현수막과 천막을 모두 자진 철거했다. 여기에다 양 지역 주민들은 교민을 따뜻하게 포용하자는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We Are Jincheon'(우리가 진천이다) 이라고 적힌 영문 피켓 인증사진과 함께 교민들을 응원하는 글을 지속해서 올리고 있다. 한 아산 시민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은 손팻말을 촬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진천 주민들은 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인근에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걸며 교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인 주민들이 매우 자랑스럽기만 하다. 중국 당국의 봉쇄 조치로 유령도시로 변한 우한에 고립돼 공포에 떨다가 어렵사리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준 아산·진천 지역 주민의 용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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