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충청칼럼]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소한(小寒)은 24절기 중 스물 세 번째인 작은 추위라는 뜻의 절기로 양력 1월5일 무렵이다. 절기의 이름으로 보면 다음 절기인 대한(大寒)이 제일 추워야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가장 추원서 옛 부터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에 얼어 죽는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는 사람은 없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추워야 할 소한에 우리나라 전역은 춥기는커녕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는데 겨울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려서 많이 내린 지역은 120mm 까지 내리는 등 마치 여름철 장마를 보는 듯 했다. 이런 겨울 날씨에 겨울 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는 날벼락을 맞아 부랴부랴 행사 변경을 하랴, 축소하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겨울 추위가 없어지면서 당연히 눈은 내리지 않고 마치 겨울이 실종된 것처럼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자 낙동강 변에 제비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제비는 옛 부터 음력 3월 3일경에 우리나라에 날아와 처마 밑 등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길러 음력 9월 9일 경에 다시 따뜻한 강남으로 날아가는 철새인데 흥부전에도 나오듯이 봄을 상징하는 길조로 알려졌다. 이런 제비가 낙동강 변에 1월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아마도 제비가 우리나라의 남쪽 지방은 이미 봄이 찾아온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여름 철새인 제비가 한 겨울에 찾아온 것은 그야말로 희귀한 일인데 실제로 지난 13일 기준 부산지역의 1월 평균 기온은 6.7로 평년기온인 3.5도보다 3.2도나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지난 7일에는 부산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17.7도를 기록하는 등 겨울 날씨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 고온을 기록 했다.

그렇다면 이런 겨울 이상 고온 현상은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시설원예 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겨울철 연료비가 절감되면서 다소간 경영비 절감이라는 수혜를 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농업 전체의 측면에서는 많은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우선 보리, 밀, 마늘 등의 월동작물에서는 겨울 철 고온현상이 오면서 작물들이 웃자랄 수밖에 없고 결국 연약한 생장을 하게 되고 이런 작물들에서 자칫 예년과 같이 봄철 갑작스런 저온현상이 온다면 그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세균, 박테리아 등에 의해 감염되는 작물의 병해는 겨울에 동사할 세균들이 살아서 활동하게 되면서 더 큰 피해가 예상되고 해충들의 알과 애벌레들도 추운 겨울에 월동을 하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올 겨울처럼 고온의 계속될 경우 더 많은 해충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과수의 경우도 겨울잠을 자던 나무들이 일찍 깨어나면서 꽃눈이 일찍 발달하게 되는데 만약의 경우 2018년 봄처럼 5월 초 중순경 영하의 저온이 닥쳐온다면 그야말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2018년도에는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전국의 주요 사과산지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충남 예산의 경우 사과에서만 6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고 그밖에 전북 장수군 등 주요 사과산지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사실이 있다.

특히 우리지역에서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사과 화상병의 경우 그 원인균이 그람음선간균 이라는 세균이 원인이 되는데 이처럼 겨울 날씨가 고온이 지속될 경우 그 병원균이 나뭇가지에서 월동한 뒤 겨울철 기온이 높으면 그만큼 일찍 발병하고 그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겨울 고온이 계속 이어진다면 분명 봄철 저온 피해 방지를 위한 예방책을 준비해야 하는데 과수원의 경우 나무 주간부에 백색 페인트를 발라주어 낮 동안 나무에 도달하는 햇볕을 반사시켜 나무가 따뜻해지는 것을 막아주면서 저온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또한 갑작스런 저온이 닥쳐올 경우 과수원에서 서리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송풍법, 살수법, 연소법 등 서리 예방을 위한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송풍법은 기온이 내려갈 때 방상팬을 가동하여 따뜻한 바람을 송풍시키는 방법으로 적정 온도를 3도 정도로 설정하고 여러 대가 동시에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살수법은 스프링클러나 미세살수 시설을 설치하여 온도가 1~2도로 내려가면 가동하고 햇볕이 나면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연소법은 왕겨나 톱밥 등을 태워 연기를 통해 온도롤 높여 주는 방법으로 영하1도 정도가 될 때 10a당 점화통 20여 개를 적당히 배치하여 실시한다.

유난히도 춥지 않은 겨울을 지내면서 다가올 봄 농사를 준비하는 농업인들의 마음속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차분하게 과거 몇 년 전의 봄 날씨를 상기하면서 준비한다면 분명 좋은 봄날을 예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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