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학 수필가·前 진천군 회계정보과장

[기고] 정종학 수필가·前 진천군 회계정보과장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있다. 모두가 애타게 기다렸던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환호한다. 산과 들 빛도 한 순간에 청량감이 느껴진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며 불어난 강물이 철렁철렁 요동치고 있다.

이게 바로 장마이며 매년 한두 차례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큰 장마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생명을 잃거나 각종시설물이 파손되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심지어 삶의 터전까지 물바다를 이루어 어디론가 떠나기도 한다.

대자연의 물청소를 구실 삼아 온갖 오염물질을 싹 쓸어내고 있다. 그 들은 장마물결에 두둥실 동행하며 어깨춤을 추고 있다. 호수에서 떼 지어 몰려다니며 구원을 호소한다. 그래도 뭇사람들의 따돌림을 받고 있다.

물위에서 맥없이 떠다니며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호수관리의 유관주체는 본체만체하며 서로가 발뺌하고 있다.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산울림처럼 번지면 뒤늦게 언론매체에서 중재하고 있다. 내가 체험한 바에 의하면 그렇다.

그 부유물을 흩어보면 지난 세월 저마다 화려한 색깔과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 플라스틱 물병은 맑은 생명수를 공급해주었다. 타이어는 거리를 불문하고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자질구레한 나뭇가지는 푸른 숲을 만들어 맑은 산소를 발산해 주었다.

재활용에 별다른 용도가 없으니까 비참하게 버려진 것들이다. 더 이상 버텨봐야 찾는 사람도 없어 외진 곳에 머물고 있다. 자신의 능력에 부딪혀 자연의 힘에 의하여 떠밀려온 것이다. 육지뿐만 아니라 머나먼 바다까지 출항하고 있다.

박물관의 유물은 대부분 현대문명에 밀려나 재사용의 기능을 상실한 것들이다. 하지만 백화점의 상품은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며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처럼 옛것과 새것의 실용가치를 놓고 이해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아름다운 인생의 열매를 거두려면 사과나무처럼 가꾸어야 한다.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고, 다닥다닥 붙은 풋과일을 솎아내듯이 말이다. 그래도 욕심이 지나치면 신이 내린 태풍이 휩쓸며 골라내고 있다.

사람은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 생각 속에 부유물이 떠다니는 듯하다. 쓸데없는 근심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흔하다. 이래서 우리의 마음도 들뜬다고 한다. 이것이 심하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질병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왕년에 무엇을 했다고 과시하는 사람들을 이따금 본다. 선거철이면 지나간 경력을 앞세워 얼굴에 분칠하고 날뛰고 있다. 그 중에 인품이 좀 후덕한 사람이 선택받고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들어서면 인간의 양면성을 띠고 오지랖을 떨고 있다.

 

정월 희망의 첫해가 떠올랐다. 마치 길고 긴 터널에서 막 벗어나 밝은 햇살을 만난 기분이다. 돌이켜보니 과거의 경력은 부유물처럼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다. 머릿속에 떠도는 불순한 부유물을 제거하고 좀 더 겸손하며 새로움에 슬기로운 대응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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