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북대학교 교수

 

[충청의창] 김성수 충북대학교 교수

길 위에 뒹구는 낙엽은 가을에만 있는 줄 알았다. 절기 중에 춥다는 대한도 지난 시기에 길 위에는 눈 대신 겨울 나뭇잎이 뒹군다. 눈 대신 비가 내린 대지에는 겨울바람에 휩쓸린 낙엽의 잔해들이 이리저리 휘말려가고 있다. 올 겨울에는 눈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눈은 내리는 듯 녹아버리고 이내 비가 내린다. 늘 겨울에는 눈을 지겹도록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멀리 높은 산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었고, 그런 것이 겨울 산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올 겨울에는 눈에 덮인 대지보다는, 여기저기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의 잔해들로 시절이 생뚱맞다.

새삼스레 발견되는 작은 놀람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당연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되새김질하여 본다. 누구나 피식 웃어버릴 그런 질문이겠지만, 그 질문조차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너무나 당연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되었든, 그 당연함이 존재로서 없어질 때, 우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서산대사의 시비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우리는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도 당연시 하고 있다. “그 누구도 값을 내라고 하지 않는 공기 한모금도 가졌다 버릴 줄 모르면 그것이 곧바로 죽는 것이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그 평범한 진리를 선승인 서산대사로부터 듣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당연한 존재로 우리가 간과하는 중요한 그 무엇들을 깨닫는 것이 어쩌면 진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당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신비감을 느낀다. 당연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신비스럽고 귀중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함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깨달음은 더 큰 울림을 가져온다. 그런 깨달음을 통하여서는 세상에 귀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 세상에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다. 모두가 감사의 대상이다. 존재는 서로를 받쳐주는 연결된 존재이다. 우주 만상에 연결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면, 밝게 비추는 태양도 성스러울 정도로 귀중한 존재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그러함으로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 존재의 당연함은 마음의 공허함으로 남고, 당연히 그는 그렇게 대해도 되는 존재라 믿는 순간, 그 당연함은 우리의 곁을 떠난다. 당연히 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남의 것이 되어 있었을 때, 우리는 분노한다.

당연히 그는 내 편이라는 믿음이 달라졌을 때, 우리는 좌절한다. 얄팍한 인간의 계산은 하루살이처럼 철딱서니가 없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어쩌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얻을 수 없는 것은 또 얻을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아니 당연한 것 당연하지 않은 것 그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연유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흔들일 때, 우리는 그 생각의 바람에 휘말린다. 저기 추운 겨울의 대지에 이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힘없는 낙엽의 잔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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