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예상했던 대로 중국 우한 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당장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우리나라의 명절 '설' 격인 춘제(春節) 이후 처음 문을 연 중국 증시는 지난 3일 개장하자마자 8% 넘게 폭락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각 국 기업은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이 이동하지 못 하고 물류도 막히면서 관광·유통·소비재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수출은 중국에 4분의 1을 의존하고 있다.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는 얘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신종 코로나 대응과 관련한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감염증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연구원은 4일 연 '신종 코로나 확산 관련, 충남경제 상황 점검 및 현장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상대 국에 관광 목적 입국이 제한됨에 따라 관광객이 줄어 관광·여행 산업 피해가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는 192조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국은 연 0.7%∼1.1%의 경제성장률 감소가 예상되며, 우리나라는 연 0.35%∼0.55%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건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지속되는 가이다.

조기 종식된다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겠으나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막연한 기대와 달리 중국에서의 감염자와 사망자 증가 속도를 볼 때 조기 종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성장률 목표를 지난 해 2.0%보다 높은 2.4%로 설정한 정부는 연초부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해 연말부터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서도 반등 기미가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 한 신종 코로나라는 돌발 악재 때문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수출이 악화하는 데다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내수마저 주저앉을 수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통에 백화점 등 쇼핑이 급격히 줄고 극장은 한산하며 숙박업과 외식업, 운송업이 충격을 받고 있다.

각 지자체들도 다음 달까지 예정된 여러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하며 감염증 유입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2.4%가 아니라 지난 해와 같은 2%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

올해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의 팽창 예산이어서 우선은 확보된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게 중요하지만 필요할 경우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긴급 추경 편성도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라는 불안 요인이 있지만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동원할 수도 있다.

소비를 진작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시나리오 별로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적기에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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