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지난해 연말, 평생 처음으로 감옥엘 다녀왔다. 충북노회 여전도회 연합회 찬양단원으로 위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청주여자교도소엘 갔다. 미리 주의사항을 들었지만 행사 당일 관계자들에게 하나하나 꼼꼼히 듣고 절차를 밟고서야 교도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들어간 강당엔 수감자들로 꽉 차있다. 푸른 수의를 입은 모습을 직접 보며 여기가 진짜 교도소구나 싶어 조금은 두려운 맘으로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수의를 입고 앉아 있는 수감자들 어디를 봐도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무슨 사연으로 여기에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안타까울 뿐이다. 예배순서에 따라 준비한 찬양을 부르자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그들은 일반 교회의 성도와 조금도 다름없어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오늘은 특별히 수감자들이 필사해서 묶은 성경책을 예배 시작 전에 돌려볼 수 있었다. 목사님 말씀이 이번까지 일곱 번 필사를 한 사람도 있다는데, 촘촘히 써내려간 글씨가 아릿하게 들어와 박힌다.

저들은 성경 필사를 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을까? 세상을 원망하며? 아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감사의 마음으로 썼지 싶다.

오랫동안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한 반주자에게 이들에 대하여 물어보니 거의 장기수들이 많다고 했다. 전국에서 여자교도소는 이곳 밖에 없으며 형량이 무거운 존속 살인 등 친족관련 사건에 연루된 이가 많다고 한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했던가? 저들도 한 아이의 엄마요, 한 남자의 아내일 진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그곳에서 돌아 와서도 한동안 그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청주여자교도소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하모니’를 다시 보았다. 전에 볼 때 보다 더 가슴에 와 닫았다. 내친 김에 10년 전에 읽었던 신영복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을 다시 꺼내 읽었다. 이 책은 신영복 저자가 통일혁명당사건으로 20년을 무기수로 복역하며 쓴 옥중서간이다. 그 곳에서 가족들에게 깨알 같은 글씨로 편지를 보낸 것인데 글씨와 그림솜씨도 출중하지만, 가슴 절절함이 오래도록 남아 다시 읽으니 더 애잔하다.

독방은 강한 개인이 창조되는 영토이고, 청년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없다고 말하는 지은이의 감정을 헤아리며, 기쁨도,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교도소 문화는 침묵이며 마음도 열지 않고, 과거도 열지 않고, 입마저 열지 않는 침묵과 외부와의 거대한 벽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쓸쓸히 차단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했지만, 이곳에도 많은 변화의 물결이 지나갔으리라. 이번 특별한 외출을 마치고 나오며 그들에게도 따스한 축복이 있길 다시 한 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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