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박쥐를 숙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몇 년 전 발생했던 메르스 때와는 또 다른 형태로 문제의 심각성을 보인다. 메르스는 2015년 발생해 38명의 사망자를 내고 2백여 일 만에야 종식된 중동의 낙타로부터 매개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우리와 멀리 떨어진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와 바로 인접한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대처와 진행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인접 국가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봉쇄하기도 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류는 집단거주가 시작된 이래 여러 차례 전염병에 의한 위기가 있었고 큰 피해를 보았으나, 결국 극복해내 지금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14세기 중앙아시아에서 대상들의 교역로를 따라 유럽에 퍼지기 시작했던 흑사병은, 몽골군의 이동에 따라 본격적으로 유럽을 휩쓸고 결국 유럽 인구를 3분의 1로 줄이고서야 쇠퇴하였다. 이로 인해 애꿎은 유대인이 전염병의 원흉으로 박해를 받았고, 노동력의 감소로 봉건제의 쇠퇴도 앞당겼다. 결국 쥐에 기생하던 보잘것없는 페스트균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16세기 초반 세계 인구는 4억 명 정도였고,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에는 약 8천만 명 정도의 원주민이 거주했다고 한다. 이후 불과 수십 년 만에 신대륙의 인구는 10분 1로 줄어든다. 인구감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대부분은 유럽인이 퍼뜨린 병원균이 원인이 된 것이라 한다. 면역력 없는 청정지역의 원주민은 이미 면역력을 갖춘 유럽인이 퍼뜨린 병원균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그리고 이 신대륙은 이주민의 땅이 되었다.

1918년에 발생해 수천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스페인 독감은 지금까지도 인류 최악의 재앙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도 이 스페인 독감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외국과의 교류가 미미했던 100년 전의 고립된 나라였음을 생각하면, 지구 반대쪽에서 시작된 전염병에 의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교류가 미미해 전염 가능성은 적겠지만 방역 또 한 거의 무방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쪽이 더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발생한 치명적 전염병인 에볼라, 사스, 메르스는 그 원인이 모두 박쥐에게서 왔다고 한다. 바이러스의 저수지로 불리는 박쥐는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정도의 면역력을 갖춘 채 진화해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전염병의 온상 역할을 한다. 박쥐는 사향고양이를 매개로 사스를, 낙타를 매개로 메르스를 일으켰고 마침내 박쥐를 식용으로 하는 중국인의 식습관은 우한 폐렴을 일으켰다.

질병의 발생지인 중국에 대한 혐오가 미개한 인종주의로 매도될 만한지는 모르지만, 야만적인 식습관과 환경에 대한 그들의 인식 전환이 없다면 우리는 이웃에 산다는 지정학적 이유만으로 고통을 받아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이든 전염병 때문이든 우리는 내복을 갈아입듯 마스크를 매일 갈아 써야 할 날이 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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