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충청시평] 김윤희 수필가·전 진천군의원

바람이 운다. 그 어느 해보다 천지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살이 호되다. 설 명절을 지내고부터는 사실상 봄맞이 준비에 들어간다. 봄을 앞두고 으레 꽃샘추위에 한바탕 몸살을 앓고 나야 비로소 꽃눈 잎눈이 움을 틔운다. 겨울에서 봄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올해는 편하게 봄을 열지 않을 모양이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전국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한 것이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병한, 변종에 의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신종이라 치료가 정확하지 않아 사망률이 높다. 세계 여러 나라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1월 30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우환시의 교포들을 고국으로 불러 들여 보호에 들어간다. 이들을 어느 곳에 머물게 해야 하는가. 진천, 아산으로 거처가 지정 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해당 지역민들이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발끈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 엄마들은 더할 수밖에 없다. 장소가 번복된 데다 인구밀집 지역이란 것을 이유로 반대를 했다. 그러면서도 교민 역시 우리 국민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데 반대를 하는 자신의 가슴을 쳤다. ‘머리 따로, 가슴 따로’ 갈등하던 감정을 추슬러 따뜻하게 길을 터 주었다.

그러나 평소 진천에 대해 아무런 상관도 없던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 목에 핏발을 세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진천 사람보다 진천을 더 위하는 것처럼 열을 낸다.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지껄이고 있다. 나라를 위한다는 사람들이다. 정의의 사도인양 잘잘못을 따지고 다그친다. 대안 책도 내 놓지 못하고 비판의 말은 청산유수다.

비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한 쪽에서 정신이 없으면 다른 한쪽에선 같이 대책을 모색하며 평온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는 여야가 따로 이어서는 안 된다. 느닷없이 닥친 국가적 어려움을 정쟁에 이용하여 이익을 보려는 인물이 있다. 이때다 싶어 한몫 잡으려는 상술도 파고든다. 모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흉년이 들었을 때 재물을 훔치면 소문이 먼 변방에까지 미치고 재앙이 먼 후손에까지 끼치니, 이런 일은 결단코 마음조차 먹어서도 안 된다’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움을 악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한편에서는 미담이 전해온다. 모두가 꺼려하는 일을 받아들인 아산과 진천 군민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비싼 가격으로 팔기도 모자랄 판에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대량 보내온다. 필요한 구호물자가 속속 답지한다. 국가 비상사태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늘 그랬다. 국난이 닥칠 때마다 발 벗고 나선 것은 일반 서민들이었다. 우리 민족의 저력이다.

아무리 입춘바람이 호되어도 봄은 오듯이, 우리의 뭉친 힘이 있는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곧 꼬리를 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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