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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김영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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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09  13: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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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나는 요즘 트로트 가요에 푹 빠져서 산다. 쿵짝쿵짝 신나는 리듬감은 축 쳐져 있는 마음을 신바람 나게 해주고 하나같이 내 인생 주제곡 같은 노랫말들은 마음에 와서 착착 안긴다. 부모님들 세대에만 좋아하는 노래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제인가부터 내가 즐겨 듣고 좋아하는 노래들이 되었다. 시대가 변하는 걸까! 아니면 나의 음악적 정서가 변하는 것인지 나는 오늘도 구성진 가락의 트로트 가요를 즐겨 듣고 있다.

 한때는 고전 음악 다방에서 브람스와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며 진한 커피를 마시던 고상한 시절이 있었다. 정체불명의 클래식 음악들을 들으면서 젊음이 익어가던 시절에 낭만이 있었다. 그래도 삶의 갈증이 날 때에는 디제이가 있는 음악다방에서 외국 가수들의 팝송이나 포크송을 들으면서 통기타 소리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셨었다. 되돌아보니 나의 음악 선호도는 굽이굽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해 온 것 같다.  지금 나는 '봄날은 간다' 흘러간 노래를 즐겨 들으면서 지나가버린 나의 봄날들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나이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트로트 가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방송 매체들은 레트로의 분위기를 타고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복고풍의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냈다. 아이돌 음악이 판을 치던 시대가 잠시 멈칫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방송했던 트로트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숨어있는 무명의 여성 가수들을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었으며 사랑받는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이어서 최근에 방송 되고 있는 남성 트로트 가요 오디션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 할 만큼 인기를 얻고있다.

목요일 저녁이면 열일을 제치고 앉아서 열렬한 시청자가 된다. 무명의 가수였던 숨은 실력자들은 피를 토하듯이 열창을 했고 10대부터 연습실에서 아이돌 가수를 꿈꿨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K팝 청년들도 트로트 가요에 도전을 했다. 어려서부터 오로지 트로트 가요만을 불렀지만 사랑 받지 못한 젊은이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열창을 했다.

그중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남자는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성악가였다. 부모님의 가출로 어린 시절 조모와 함께 성장하며 한때 불량학생이던 그 청년은 이미 고딩 파바로티라는 익명을 얻을 정도로 훌륭했었다. 유학을 마치고 성악을 했지만 대중음악인 트로트 가요 오디션에 참가하는 그 남자의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졌다. 그 남자의 그렁그렁한 눈물을 보았다.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그들은 울고 웃었다. 무지개를 잡고 싶었던 간절한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에 흘리는 남자의 눈물은 보는 나도 눈물이 나게 했다. 심사위원들의 전원 하트를 받고 흘리는 기쁨의 눈물은 슬퍼서 우는 눈물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그 기쁨의 눈물 뒤에 감춰진 그 사람의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져 왔기 때문이었다.

오디션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빛나는 스타가 되고 누군가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별로 사라질 것이다. 그 남자들의 눈물이 모두 별이 되어 빛나기를 응원하고 싶다. 나를 트로트 가요 사랑에 빠지게 한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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