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4·15 총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 중앙당은 물론 지역구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공약(公約)'을 발표하면서 유권자 마음 사로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추진 계획이 없거나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현이 안 되는 공약(空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역구 예비후보들은 현안 해결을 위한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해 본선은 물론 진행되고 있는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잇따라 '장밋빛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대전 서구을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양홍규 예비후보는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폐쇄되면 'KT&G 상상마당'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전 중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은 중구 발전 비전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樂'프로젝트, 세계보건기구(WHO) 고령 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 가입 및 어르신이 행복한 중구, 5G 기술을 응용한 전통시장 활성화, 문화적 도시재생 등을 약속했다.

유성을 한국당 진동규 예비후보는 '충남대 사대부고 신설'을, 중구 민주당 권오철 예비후보는 '대전시 제2청사 및 혁신도시 중구 유치' 등을 각각 공약으로 내놨다.

청주 서원에 출마한 민주당 이광희 예비후보는 국가정원 유치, 로컬푸드지원센터 설립, 수도권 내륙선 철도(동탄∼안성∼진천∼청주공항)의 대전 신탄진까지 연장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국가정원 유치나 로컬푸드지원센터 설립 공약은 이 예비후보가 청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2018년 지방선거 때 이미 내놨던 것이다.

충주 선거구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경욱 예비후보는 '원도심 재생'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그 일환으로 원도심에 충북도청 제2청사를 유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청주로 도청이 이전한 1908년까지 충주는 충북 행정의 중심지였다. 충청도 명칭 역시 충주와 청주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제천·단양 선거구에 나선 한국당 엄태영 예비후보는 서울에서 강원도 원주를 잇는 수도권 전철을 제천까지 연장, 교통망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부가 결심하면 될 사안"이라며 "국회의원이 된다면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어필해 제천 연결을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후보 입장에선 더 많은 관심과 표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총선 예비후보들이 제시한 '장밋빛 공약' 대부분은 "할 것이다" 또는 "하고 싶다" 수준이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나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세워지지 않은 미완의 그림이다. 물론 공약 자체가 사전에 완벽할 수 없으며 "노력하겠다"는 것 자체도 공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 예산 확보 방안 등을 고려하지 않고 유권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목적의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 요즘 유권자들은 똑똑하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읽히기 시작하면 등을 돌리고 다신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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