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 ·시인

 

[박별칼럼]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 ·시인

수필 '인연'이라는 명작으로 널리 알려진 금아 피천득 선생은 수필가 이전에 시인이며 셰익스피어 시를 번역한 영문학자이다. 소년 같은 진솔한 마음과 꽃같이 순수한 감성 외에 성직자 같은 고결한 인품은 그의 작품 하나하나를 언제 누가 읽어도 백합처럼 피어나게 한다. 그의 외동딸 '서영이' 라는 수필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내 일생에는 두 여성이 있다. 하나는 나의 엄마이고 하나는 서영이다. 서영이는 나의 엄마가 하느님께 부탁하여 내게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다'

그의 어머니는 서화와 음악에 능했던 분으로 선생이 열 살에 돌아가셨으니 그 애틋한 사연에 춘원 이광수가 '금아(琴兒)'라는 호를 붙여준 것이라 한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때문이다" 라고 어머니에 대한 흠모와 사랑을 안고 일생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선생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북두칠성을 찾아 북극성을 가르쳐주고, 은하수는 별들이 모인 것이라는 우주 세계를 알려주었으며, 어린왕자 이야기를 들려준 금아의 문학과 일생에 근간이 되어준 분이다.또 한분의 어머니를 2월에 생각하게 한다. 다가오는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라 하여 젊은이들 사이에서 초콜릿 등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성행하고 있다. 본래 발렌티누스 성인의 축일에서 시작되었지만 일본의 한 제과업체가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 광고하여 중국, 한국 등에도 이상한 풍조가 비롯된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침략의 앞잡이 이토오히로부미를 저격, 현장에서 체포되어 뤼순 감옥에 투옥된 것이 1910년 2월이다. 옥중에서도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던 의사는 여섯 차례 재판을 받아오다 마침내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역사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안 의사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옥중에 있는 아들에게 '항소하여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는 담대한 편지를 옥중의 아들에게 보냈다니 놀랍고 현실의 상황이 부끄럽기도 하다. 

어머니의 나라사랑도 얼마나 크고 깊었기에 하나뿐인 생명을 바치라 했는가? 안의사는 결국 처형되었으나 어머니는 좌절하지 않고 중국 상하이에서 당시 임시정부 인사들을 측면에서 도우면서,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행동하였다니 시모시자(是母是子)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어머니도 아흔 넷 생을 이어오셨다. 몇 번의 병마를 이겨내고 꿋꿋이 아흔 고개를 넘었으니 그 사실이 위대하다. 신종 코로나로 이웃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우리국내도 비상사태라 대강 알려드렸더니 갑자기 마을 이장처럼 걱정이 태산이시다. '어디 쏘다니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고 설 명절에 못 온 딸 사위들에게도 오지 말라' 여러 차례 성화이시다.

최근 들어 어머니의 소중함과 나아가 위대함을 새삼 깨닫고 야윈 어머니일망정 자주 안아 드린다. 각자가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할진대 '나'를 낳아서 길러낸 사람이상 고귀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신종 코로나도 여성의료진의 섬세함과 강건함으로 어서 잠재우리라 믿어보며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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