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2019년 12월 중국의 후베이성 우환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월 11일 기준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되었다. 지난 6일에는 60세의 미국인이 우한의 병원에서 숨져 중국인이 아닌 최초의 사망자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가 27명으로 증가했다. 급기야 중국의 눈치를 보던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내에서는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중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어졌다. 과거 이렇게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 전염병을 살펴보면 1347년 유럽 인구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인 2천500만~6천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흑사병, 1918년 5000천만 명을 숨지게 한 스페인 독감이 있었고, 비교적 최근에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이 있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많은 사망자를 내는 악성 전염병을 역병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전염병들은 인간이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는데 인수공통전염병의 경우는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고, 사망률이 높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역병에 대처하는데 있어 정보공개의 투명성 여부가 재앙의 규모와 확산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사스는 2002년 11월 16일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발병 사실이 처음 중국 언론에 보도된 것은 45일 후이었고, 중국 당국이 사스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도 발병 5개월 만인 2003년 4월 10일이었다. 반면 한국은 신속, 철저히 대비해서 한 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고 완벽하게 방어해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두 나라의 대응방법의 차이는 역병에 대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으로 일을 처리하느냐 않느냐의 차이였다고 한다. 문제는 중국의 당시 발병 상황이나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2019년 12월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위챗으로 처음 알린 리원량은 중국 당국에게 유언비어 살포로 경고를 받았고, 2020년 1월 8일, 리원량은 환자들을 돌보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2월 7일에 끝내 숨지고 말았다.
2월 9일, 중국 당국이 리원량에 대한 추모글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면서 그를 추모하고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글들을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중국은 17년 동안 역병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개선된 것이 없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생활수준과 인식 수준은 아직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무능력하게 비치는 것은 정권뿐 아니라 체제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인민들의 불신이 중국 중앙정부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인류 공공의 적인 역병에 대해서만큼은 솔직하게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 세계와 같이 공동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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