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이라는 오스카상을 하나도 아니고 무려 4개나 거머쥐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해냈다.

모두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까지 휩쓸었다.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무대에서 국제영화상 부문에 출품된지 57년 만의 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승준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수상하지 못 한 점은 아쉽지만 '기생충'은 1919년 '의리적 구투'로 시작한 한국 영화 101년 역사 뿐 아니라 올해로 92년이 된 아카데미상의 역사도 새로 쓰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이 아닌 외국 영화가 갖는 자막의 장벽은 물론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백인 위주' 할리우드의 오랜 배타적 전통을 극복하고 아시아계 영화로는 기념비적인 성적을 거뒀다.

감독상 최종 후보에 올라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세계적인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실 만으로도 감격했던 봉 감독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감독상을 차지했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기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봉 감독이 두 번째다.

봉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역시 아시아계 최초로 각본상을 받았다.

'기생충'의 전 세계 흥행 수입은 이미 2000억원에 육박했으며 북미에서도 오스카 효과로 박스오피스 매출이 늘어 총 60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10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현재까지 북미에서 3553만달러(421억원), 전 세계에서 1억6542만달러(1959억원)의 티켓 수입을 거뒀다.

북미에서의 수입은 지금까지 북미에서 선보인 모든 비영어 영화 중 6위다.

5위는 2006년 개봉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60만달러)이지만 '기생충'이 조만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은 유럽과 남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중동까지 202개 국에 팔려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으며 한국과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총 67개 국에서 개봉됐다.

우리나라에선 이달 말 흑백판이 극장에 걸린다.

봉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씩 콘트라스트(대조)와 톤을 조절하는 작업을 거쳐 색다른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봉 감독이 직접 쓴 각본과 직접 구성한 스토리보드, 봉 감독의 창작 과정과 영화 세계를 묻는 인터뷰가 담긴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북 세트'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기생충'의 성공은 이 영화가 표방하는 주제와 정서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은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만큼 성장한 한국 영화는 이제 세계 영화의 중심 할리우드 무대에 우뚝 서게 됐다.

한국 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앞으로 수출, 배급, 합작 등 산업적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의 또 다른 10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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