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국가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여파가 심각해지면서 이제 혈액까지 부족해졌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환자 치료와 수술에 있어 필요한 혈액의 보유량이 3일치로 줄었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액 공급을 평시에서 '위기' 상황으로 격상시켰다. 위기 상황은 혈액수급이 5일분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발효된다. 2003년 사스 사태나 2015년 메르스 사태에도 이 수준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달 21일부터 현재까지 헌혈 참여가 전년보다 2만7291명이 감소하며 18% 줄었다.

지방도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적십자사 충북혈액원에 따르면 혈액 보유량이 12일 현재 3.0일분이다. 안정적인 적정 혈액보유량은 하루 평균 5일분 이상이다. 

지금까지 헌혈 실적이 안좋을 때 3.0일분으로 내려간 적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더 떨어지면 큰 일이다.

혈액관리본부는 혈액보유량이 3일분 미만일 경우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 단계로 발표한다.

주의 단계 턱밑까지 혈액 보유량이 급감해진 상태인 것이다. 충북뿐 아니라 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의 혈액 보유량도 크게 감소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물론 겨울철 헌혈이 적고 방학이어서 학생들의 헌혈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헌혈 가능 인구가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악 조건 속에 신종 코로나까지 겹치게 됐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 불안감이 헌혈 동참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일반 행사들이 대다수 취소되는 분위기인데, 단체 헌혈행사까지 포기하고 있다. 군부대, 일반단체, 학교, 공공기관, 종교 단체 가릴 것 없이 줄줄이 헌혈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적십자사는 신종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헌혈 부족 사태가 상당히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고육지책으로 적십자 청소년적십자, 봉사원, 자문위원 등 관계자들의 '릴레이 헌혈'까지 진행하고 있다.

각 지역 혈액원에서도 혈액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지방 방송사 인터뷰, 자막 방송 등 언론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읍·면·동사무소를 찾아 연일 헌혈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단체헌혈이 25% 감소하는 등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에 혈액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정 총리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겠다"며 "국민들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헌혈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호응도가 높지는 않아 보인다.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까지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헌혈의 필요성은 설명할 것도 없다. 피가 부족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그 당사자는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불안감이 커졌지만 헌혈 동참은 한 생명을 살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해야 한다. 국민들의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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