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도 이를 활용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기생충 마케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소식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형 엥떼르미땅(Intermittent·예술인 전문 실업보험제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인 2만여 명에게 월평균 활동소득 106만원을 평균 5.5개월간 지급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과 취약계층의 문화여가를 지원하기 위한 공약도 내놓았다. 또 문화생활에 취약한 계층 161만여명에게 지원하고 있는 '통합문화이용권' 금액을 현행 9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린다. 

자유한국당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온 국민 문화누리' 공약을 발표하며 "영화 '기생충'의 영광이 문화산업 전반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밝힌 주요 공약은 △문화콘텐츠 맞춤형 지원을 확대 △문화·체육·관광을 결합한 '청년 문화패스' 신설 △문화·예술계, 체육계 불공정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체계 마련 등이다.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대구지역 자유한국당 소속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봉준호 생가터 복원과 동상 설치, 영화박물관 건립 등의 공약이 나왔다. 

대구 달서병에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강효상 의원(비례)은 "봉준호 감독은 대구출신으로 대구의 자랑"이라며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각 정당이 문화·예술 관련 공약을 발표하며 '기생충'을 언급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봉준호 영화박물관, 생가터 복원, 동상 설치는 과유불급이다. 누가 봐도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에 맞춰 급조해 내놓은 보여주기식 공약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 공약을 내놓은 강 의원이 한국당 소속이라는 것도 보여주기식 공약이라는데 힘을 실어준다. 

봉 감독과 '기생충' 주연 배우인 송강호씨는 한국당이 여당이었던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던 인물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2009년 이명박 정부시절 봉 감독의 영화 '괴물'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봉 감독은 특히 '민노당(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이력 때문에 '강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됐었다. 

배우 송강호 역시 '문화체육관광부 9473명 명단'에 블랙리스트로 등장한다. 송강호는 문화예술인 594명이 2015년 5월1일 발표한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을 발표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한국당은 지난 해 '기생충'이 칸 영화제 대상 수상 당시 축하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국가적으로 기쁜 일에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자신을 함께 홍보하는 방식은 총선이라는 큰 일을 앞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숟가락을 얹는다'고 표현하는데 '기생충'에는 얹혀진 숟가락이 너무 많아 밥상이 엎어질 지경이다. 과도한 숟가락 얹기와 일단 내놓고 보자는 식의 공약 발표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상을 기울이거나 넘어트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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