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학부모들이 자녀의 졸업식에 참석을 못하고 굳게 닫힌 학교 정문에서 마스크를 착용 한 채, 서성이고들 있다. 희한한 그림이다.

예전의 2월 풍경은 학교 강당이며 마당에서 떠들썩하게 꽃다발을 주고받으며 삼삼오오 친구들과 추억이 될 사진을 찍거나, 이미 사라지긴 했지만 밀가루를 친구들에게 덮어씌우는 장난도 했었다.

더 오래전엔 상급학교로 진급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졸업식장이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스승과 동기들과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막연했던 시절이었고 상급학교로 진학조차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배움의 끝이라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 여러 감정들이 북받쳤을 것이다. 졸업식은 마무리이자 좀 더 나아가는 시작의 의미를 두는 날이기에 부모님은 물론 온 가족들이 모여 축하와 격려를 해주고 좋아하는 자장면을 모처럼 먹는 날이기도 했었다.

이를 더불어 꽃을 파는 이들도 일 년 중 대목을 보는 날이고 식당도 더불어 매출이 오르는 날이니 해마다 2월의 풍경은 대박은 아니어도 오고가는 마음만은 풍요롭고 넉넉했었다. 그런데 2020년 2월 일상의 풍경은 삭막하다. 거리를 오가는 이들이 줄었고 상점과 식당도 젊은이들이 북적이던 커피매장도 한산 한 편이다.

전에 없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학업 뒷바라지를 해주시던 부모님들조차 졸업식장으로 향한 발길을 묶어 놓았다. 게다가 졸업식을 기념하는 공연이며 축사는 모두 취소하고 강당도 아닌 교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교내 방송을 통한 졸업식이었다.

졸업식뿐이 아니다. 얼마 전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혼주와 인사를 나누고 식사는 하지도 않고 바로 자리를 빠져 나가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실정이다 보니 예식을 앞둔 이들은 하객들의 초대는 물론, 얼마나 참석을 해 줄지 여러 모로 걱정이 크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리도 없고 보이지도 않으면서 우리 일상의 모든 바깥활동을 저지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 경제는 물론, 생활 전반에 걸쳐 심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 모두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까마득한 날이지만 마치 어제 같기도 한 날들이다. 앞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다슬기를 잡아 찌개를 끓이고 국을 끓여 먹던 날들이 있었다.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맑은 공기가 시원했었다. 하지만 생활은 넉넉하지 못했었다. 그 시절 경제부흥을 해야 한다고 고생하시던 부모님들은 지금은 돌아가셨거나 많이 노쇠하시다.

덕분에 넉넉하고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깨끗하고 맑은 환경을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다. 작게는 가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부터 크게는 친환경적인 도시를 기획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바이러스를 통해 쾌적한 환경을 지켜 가기위해 우리는 우리가 실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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