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최근 미국에서는 소위 블루칼라로 불리는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가 꾸준히 감소하여 최저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미국은 러스트 밸트 지역에서 제조업 근로자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으나 지난 1년 동안에 14만5천개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것은 2011년 이후 제조업분야에서 가장 낮은 일자리 증가를 기록한 것이며, 10년 전에 비해서는 결국 3십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미국 제조업분야에서 블루칼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로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제조업 생산량은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제조업분야에 대졸 생산인력이 꾸준히 투입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제조업분야 하면, 손기술이 뛰어난 고졸자들이 투입되어 일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즉, 생산라인을 손기술만으로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첨단 기계들을 다룰 줄 아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변화에 따라 업데이트도 수행할 수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높은 기술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자동차, 항공, 오토바이, 전자, 건축 회사들은 이제 공과대학을 졸업한 능력이 뛰어난 고임금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그동안 고졸자들이 담당하고 있던 생산라인 관리가 대졸자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 종사자의 학력을 보면 2011년도에 20%였던 대졸자가 2019년도에는 약 50%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들이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기계와 장비를 운용하는 효과가 높아지자 기업들이 제조업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2019년도 미국의 산업투자를 보면, 제조업분야에 대한 자본투자가 최근 10년 동안 270%의 신장세를 보였는데, 이것은 다른 분야의 200%에 비하여 매우 높은 비중이다.

 미국은 무인자동차, 항공우주, 각종 스마트 가전제품 및 레저용 장비 등 제조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림으로써 다시 한 번 제조업 부흥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일하는 대졸 생산직 근로자들도 더 이상 블루칼라가 아니라 생산직 화이트칼라로 불리면서 사회적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생산기계나 장비를 단순히 손기술로만 작동시키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를 써서 기존 장비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생산직원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대졸 생산직 화이트칼라들 덕분에 제조업 생산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반면에 저학력 실업자가 증가한다고 우려하지만,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무직 화이트칼라를 마다하고 생산현장에 뛰어드는 대졸 생산직 화이트칼라들은 증가하고 있다. 그들의 몸값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사무직 취업에만 관심이 있는 다수의 한국 청년들이 앞으로 어떤 직업선택을 해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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