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잇단 진출과 영업 구역 확대로 지역이 시끄럽다. 막대한 지역 자금을 빼내 가 재래시장 등 소규모 영세 상인들의 몰락이 잇따라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상권을 고사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들의 무조건인 '앞으로 가!'는 계속되고 있다.

지역 사회단체나 재래시장·영세 상인들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입점 허가를 내주지 않는 당국을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면서 세 확장에 몰입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경제가 초토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와중에 24시간 영업에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장까지 영업 확대가 심상찮다. 지역 유통시장을 완전히 석권하려는 속셈이 뻔하다.

- 대형마트의 무차별적 영업 확대

지난 1996년 이후 대형마트의 마구잡이 식 출점이 계속돼 왔다. 현재 충북도내에 10곳이 영업중이고 조만간 제천에도 개점이 예정돼 있다.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에는 시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 추가 입점이 예고돼 있다. 인구 15만명 당 대형 유통시설 한 곳만 건립할 수있다는 충북도의 지침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충청지방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충남 -7.8%, 충북 -5.4%, 대전 -2.6% 하락했고,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2008년 기준 재래시장 현황에도 대전·충청권 재래시장 점포 10곳 가운데 한 곳은 빈 점포로 조사됐다. 대형마트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영세 상인들의 현주소를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전북 전주의 5개 대형마트가 전주시와 '지역 기여 이행 협약식'을 가져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지역 생산품 매입을 늘리고, 종업원 채용에도 지역 주민을 우선 고려하는 한편 이익의 지역 환원에 노력하고, 유통업체 간 상생발전 등을 다짐했다. 업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상생협의회가 관련 자료 등을 정기적으로 제출받아 이행 여부도 점검하게 된다. 전통시장과 슈퍼조합까지 참여해 상생발전을 약속한 전국의 첫 사례로 이행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주시의회도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의 상생을 권고하는 조례 제정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현재 열리고 있는 회기에 '청주시 입점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의 지역상권 보호 촉진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조례안은 청주시내 대형마트와 ssm이 지역 소상공인과 상호 협력을 통해 자생 기반을 다져 지역 상권이 보호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강제성 없이 권고성에 그치는 한계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마냥 뒷짐만 지고 있는 것 보다는 낫다.

- 대기업의 의지가 중요

대형마트들은 그동안 입점 때 지역 주민 고용과 지역 생산품 구매, 영업 이익의 지역 환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채용 인력 대부분 일용직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지역 생산품 구매도 명목에 그칠 뿐이다.

지역 환원도 빈약해 지역에 대한 기여는 거의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강제성이 뒷받침 되지 않아 대형마트의 협조 없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역과 상생하려는 뜻이 없다면 조례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전시성 헛구호에 그쳐 오히려 시민과 영세 상인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기업이 지역을 외면한 채 돈만 벌어간다면 기업 정신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대자본의 횡포라는 비난도 면할 수 없다.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열쇠는 대형마트에 있다. 그들의 양심 만이 지역의 반발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윤 추구지만 소비자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소비자인 지역 주민들이 외면한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이윤도 없다. '장사치'의 얄팍한 술수보다는 소비자와 상생할 수 있는 '대기업'의 양심을 기대한다.

▲ 김헌섭교육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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