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불과 6일 만인 25일 오후 4시 현재 국내 확진자는 977명이다. 30배 가까이 폭증했다. 1000명 돌파는 초 읽기에 들어갔다.

국가적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에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간판 대기업 사업장 폐쇄는 물론 재택근무가 줄을 잇고 개인사업자 매출은 반토막이 나며 수출이 급감하는 등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의학계는 지난 16일 외국에 나간 적도, 기존 확진자를 만난 적도 없는 29번째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미 지역사회 감염 시작을 알린 것으로 전망했다. 신천지교회 신도인 31번 확진자 발생이 지역사회 감염의 기폭제가 됐고 이후 감염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구의 경우 일주일도 안 돼 저녁이면 인적이 끊어지는 유령도시가 됐다.

청정지역이었던 충청권도 지난 20일 첫 환자 발생 후 25일 오후 8시 현재 14명을 기록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인 것이다.

판데믹(pandemic)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인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에야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해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치 시기도 만시지탄이었지만 그나마 내용도 격화소양에 불과했다.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방역의 핵심인 중국인과 중국 경유자 입국 금지 조치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별 실효성도 없는 위기경보 상향이라는 '껍데기' 만 내놓았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중국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시 주석의 올 상반기 방한을 변함없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방역에 눈을 부릅떠야 할 판에 중국 국가원수 초청에 주력한 것이다.

우리가 중국인 입국을 방치하는 동안 국내 감염자가 급증했고, 한국은 세계 각 국의 입국 금지 대상 국가로 전락했다. '중국의 일부'인 홍콩은 25일부터 한국 경유자 입국을 금지시키며 대구·경북 방문자는 격리조치까지 하겠다고 한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에서 코로나 역수입이 걱정된다"는 조롱섞인 기사까지 싣고 있다. 앞가림도 못하면서 돕겠다고 '주제 넘는 소리'를 하니 얼마나 우습게 보였겠나.

이스라엘에 갔던 성지순례 관광객들은 땅도 못 밟아보고 되돌아와야 했다. 요르단, 바레인, 사모아, 키리바시 등도 한국 방문자 입국 금지를 시행했다. 태국, 마이크로네시아, 싱가포르, 우간다, 카타르, 오만, 카자흐스탄 같은 후진국들한테도 입국 금지나 격리조치 당하는 망신을 겪고 있다.

집권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대구·경북 봉화에 대해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면서도 중국 경유자 입국 금지 요구는 계속 뭉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7차례나 중국 경유자·유학생 입국 금지를 요구해왔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 정부는 왜 중국 앞에만 서면 끝없이 수그러드는지 국민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여기저기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보다 중국에 다녀 온 내국인 감염원이 더 많다", "특정 국가, 특정 국민의 입국을 막는 것이 방역 차원에서 옳은 일이 아니다"라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계속해왔다. 담당 부처 장관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문재인 청와대의 고집을 잘 알고 있고, 거기에 코드를 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번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면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다. 국격도 크게 떨어진다.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이제라도 국민 자존심을 살려주고 강력한 효력이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현명한 지도자는 따로 없다. 국민들은 위기 관리를 잘 하는 현명한 지도자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