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소비 부진에 가격 절반 이상 급락
농자재값·인건비 빼면 현상 유지 ‘빠듯’

▲ 26일 충북 옥천군 군서면 깻잎 시설재배 농가에서 깻잎 수확이 한창이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 기자] “깻잎 농사 15년 만에 이렇게 시장 상황이 악화한 것은 처음이에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깻잎을 생산하는 충북 옥천지역의 깻잎 재배 농가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깻잎 최대 소비처인 고깃집, 횟집 등 외식업체들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6일 이 지역 깻잎 재배 농가들에 따르면 설 이전까지 20kg들이 1상자에 5만2000원 선을 유지하던 도매가격은 현재 평균 1만9000원 선까지 하락했다. 

설 이후 소비둔화에 코로나19까지 겹쳐 한 달 새 63.4%나 떨어진 가격이다.

재배 특성상 깻잎 수확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인건비와 농자재값 등을 빼면 남는 게 없을 정도다.

옥천지역은 그동안 대전도매시장으로 깻잎을 전량 출하하면서 홍수 출하 때는 가격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가락도매시장과 경기 구리도매시장 등 수도권 시장으로 분산 출하해 지난 6개월간 최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로 상당 기간 가격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군서면에서 깻잎 시설재배를 하는 이모씨(54)는 “지난해 깻잎 단가가 높아 파종이 늦어지면서 생산량이 15~20% 정도 감소했다”며 “농자재 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현상 유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옥천은 전국 깻잎 생산량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 산지이다. 

지역 178개 농가가 14.6㏊에서 깻잎을 재배 연간소득이 60억8000만원에 달할 정도도 효자 품목이다.

옥천 깻잎은 농가 대부분이 지하수를 이용한 수막 농법으로 길러 독특한 향과 칼슘, 철분, 비타민이 풍부하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콜레스테롤 축적 방지와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깻잎은 좋은 토질과 맑은 물 등 생장여건이 좋아 잎이 부드럽고, 향이 진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농협 옥천군연합사업단 관계자는 “깻잎의 소비처인 식당이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 영향이 깻잎 가격에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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