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은 정신에너지를 의식이 인위적으로 막기 때문에 발생하다. 이를 노자는 도(道)란 인위적으로 뭔가를 행하려하는 게 아니고 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흐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매일 엿보게 되는 직업을 통해, 경험이 쌓일 수 록 참으로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정신에너지는 흘러야 한다.

그런데 의식이 흘러 표현되어야 하는 정신에너지(마음의 흐름)를여러 가지 어쩔 수 없어 보이는 이유로 차단할 때 병이 생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덮어 두고 묻어둔 이유를 들어보면, 신에게 도전하다 괴멸한 그리스의 여러 영웅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철저히 자기를 버리고 남편을 위해 살아온 절대 이타적인 아내, 항상 완벽하게 일처를 하고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진정한(?) 아버지, 타인을 항상 배려하고 겸손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테레사 수녀, '다 내 탓이로소이다'로 모든 걸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들….

하지만 사실 모두 최고로 교만한 사람들 일 뿐이다. 자신의 마음에 남편에 대한 지배욕, 아내에 대한 유아적 의존욕구, 타인에게 교만하고 싶은 마음, 살기에 참 편한 남 탓하는 마음 등이 없다는 듯이, 자신은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들 속에 버젓이 존재하는 사람의 열등하고 앞으로 발전되어야 할 속성이 자신 속에는 없는 양, 외면하고 그것에 대해 숙고해야 할 의무를 행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신은 우리를 사람으로 인생을 출발하게 하여 열등한 사람의 속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숙고할 과제를 부여하셨다.

우리는 인생의 어느 지점을 지나치다가 숙고해서 소화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부모에게 받은 가르침을 일단 몸에 새기게 된다.

그리곤 강하게 가르침을 받았을수록 그 계명을 절대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신이 부여한 발달의 책임을 외면한 채… 하지만 신은 우리에게 이 문제에서 만큼은 관대하지 않은 듯하다. 인간의 윤리의식과 신의 윤리의식은 분명히 다르며 신의 윤리의식은 어쩌면 오직하나 인 듯하다.

사람으로서 당연하지만 열등한 마음을 발달시켜서 자신이 부여한 소명을 이루어 나가고 신에게 가까이오라는 그것만이 신의 윤리의식인 듯하다.

우리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을 계속 지켜보다보면 이런 신의 작용이 그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고 마음속에 존재하는 신성한 힘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우리의 정신은 그런 교만을 허락지 않는다.

비윤리적인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강할수록 우리의 무의식은 비윤리적인 충동과 환상을 계속 뿜어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에게 비난받을 만한더 큰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 자신의 왼손이 한 짓을 오른 손이 전혀 모른다는 말처럼 어느 순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 걸 알게 만든다.

인격의 발달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신께 점점 자신의 왜소함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이 매우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깊이 체감해 나갈 때, 우리를 안아 일으켜 세우는 신과 조우하게 된다.

▲ 한병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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