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옛날 전염병이 창궐할 당시 이 병을 막기 위해 전염병 감염자를 집단으로 수용한 곳으로 '소록도'가 있다. 소록도에는 1916년 처음 나환자 전문 병원이 생긴 이후 최근 이곳에는 당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1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박물관이 오랜 역사를 말해 주듯이 소록도를 지키고 있다.

흔히 이 병이 유전이라고 생각하고 눈물까지 흘렸지만 이 병은 유전병이 아니다. 나병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많은 자료가 있다. 나병은 나균에 의한 만성 전염성 피부병이며, 두려워할 만큼 전염성이 강하지도 않을뿐더러 유전병도 불치병도 아니다.

그러나 이 병은 과거 수천 년간 인간 사회에 영향을 끼쳤다. 치료법이 알려진 후 근대 시기 우리나라를 찾아온 선교사들은 나병 치료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여수, 순천 등지 선교사촌에는 지금도 한센인을 위한 시설이 존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소록도에 병원을 세우며 환자들의 섬이 되었다. 환자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줌과 동시에 사회와 격리시킨 곳이다. 소록도는 요양소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만큼 인권 유린이 자행된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환자들은 불확실한 불안과 공포에서 발생한 혐오와 편견에 맞서야 했다. 회복된 뒤에도 환자들의 정착촌은 일반 사회에 격리된 곳에 있었고, 질병이 낙인이 되어 사건사고가 생길 때마다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질병이라 할 수 있으며, 과거 자행된 인권 유린의 역사들은 건물에, 흩어진 기록에,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뿐이다. 질병의 공포가 만연한 요즘이다. 힘겹게 우한에서 돌아온 교민들을 격리 수용할 지역이 결정되었을 때, 그들이 의심환자가 아니었음에도 일부 주민들이 보여준 이기적인 광기를 기억한다.

가짜 뉴스가 만든 공포, 무지로 인한 혐오다. 과거의 공포는 무지에서 왔으나 지금의 공포는 정치적이고 이기적인 바탕에서 만들어졌다. 소록도가 한동안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혔던 것처럼 지금 일부 언론은 ‘코로나19’라는 정식명칭이 있는데도 고집스럽게 우한폐렴이라 부르기를 고집한다.

소록도처럼 장소에 대한 낙인이다. 이런 혐오와 낙인에 단호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다. 질병의 공포는 제대로 알고 침착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때 사라진다.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수용할 전국 종합병원의 음압 병상은 모두 1천27개가 있지만, 환자가 일시에 폭증하고 있어 턱 없이 부족하다.

감염 사태는 대구,경북에서, 전국으로 번져 나가고 있고 군도 해군에 이어 육군과 공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초비상에 걸렸다. 때문에 전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가 통제되고 있다.

중국발 감염자의 강력한 유입 차단과 지역사회 확산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줄기차게 주문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한 박자 늦거나 대응 강도 면에서 미지근해 골든 타임을 놓쳤다.

그런데도 정부는 처음 감염지인 중국 후베이성에만 입국 제한을 했을 뿐 중국인의 관광객, 유학생 (7만여명)에 대한 입국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틈에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고 감염 확진자도 1천명을 넘었고 정부의 뒤늦은 위기경보를 ‘경계’ 에서 ‘심각’ 단계로 올렸으나 확진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번졌다.

이제 거의 모든 시·도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초기에 뚫린 구멍들이 이제는 둑을 무너뜨리는 형국이 됐다. 지금까지의 정부 방역은 국민의 불안을 달래고 강한 믿음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전국에서 확진 환자가 늘어나자 음압병실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이동시키고 있는데 한 자치단체는 '확진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바람에 난리법석도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방역의 대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 스스로가 개인 위생 수칙을 철처히 지키는 일만이 코로나 대응하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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