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모두가 힘을 모아 대처해도 모자랄 상황에 대통령 탄핵을 두고 세대결 양상이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청원과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모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먼저 지난달 4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은 같은달 28일 오후 7시 45분 현재 130만명 가량의 참여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19만2049명이 동의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엄벌 촉구'(119만2049명) 청원을 넘어섰다.

국민청원 제도가 운영된 뒤 현재까지 역대 두 번째 참여자 수다.

역대 최다 참여 기록은 지난해 183만1900여 명이 참여한 '자유한국당 해산 요청' 청원이다.

탄핵 촉구 청원을 올린 청원자는 글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면서 "우한 폐렴 사태에서 문 대통령의 대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불 형태로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 청원 역시 빠르게 참여자가 늘면서 같은 시각 현재 102만3000여 명을 기록했다.

청원이 게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100만명을 넘긴 셈이다.

해당 청원은 "신천지라는 생각지도 못한 사이비 종교의 무분별한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급속도로 확진자들이 불어나고 있다"며 "이런 악조건에도 대통령은 밤낮 없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인 '문 대통령과 질병관리본부 및 정부 부처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라는 내용의 청원 역시 지난달 26일 게시된 후 이틀 만인 이날 오후 7시 48분까지 29만3000여 명의 동의를 얻으며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 동의를 충족했다.

청원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앞세워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플랫폼이다.

국정 현안과 관련해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와 청와대 책임자가 답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코로나 대응이 당면 최대 국정 현안이고 이 사안에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가진 정치인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인 점을 감안한다면 탄핵 청원은 일부 국민의 불만 표시가 극대화한 형태로 표출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탄핵을 반대하며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청원 역시 같은 맥락에 방향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 갈등은 현 상황에서 매우 비생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재난 대응을 위한 공동체의 협력과 배려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이같은 갈등이 진영 간 증오와 배제를 부추긴다는 점이다.4·15 총선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경쟁 세력에 맞서 지지층 결속 강화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것이 청원 게시판 동의 숫자로 판가름 난다고 보는 건 큰 착각이다.물론 탄핵 촉구 동의가 100만을 넘겼다는 건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지만 소모적 대결은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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