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 박사

[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 박사

기미독립운동 101주년 3·1절을 보내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씁쓸하다. 전 세계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중국마저 한국인을 통제하는 현상이 빚어진다. 그야말로 한국인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때문이다. 국내외 문밖출입이 두렵고 불안하다. 봄의 전령인 매화가 활짝 피어도 꼼짝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는다.

인간 문명의 변화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어떤 민족들은 왜 다른 민족들에 의해 정복과 지배를 당했는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도태된 까닭은 무엇인가? 퓰리처상을 받은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총, 균, 쇠’는 위기에 처한 오늘의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총기와 병균과 금속이 미친 엄청난 변화가 우리 앞에 있다. 냉엄한 현실 앞에서 국운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한다.

무력은 곧 힘이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다. 미·중이 대만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때 중국에서는 미국에 대한 핵공격으로 위협했다. 북한은 국가적 위신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걸고 있다. 공격용이든 협상용이든 핵무장한 무력을 외면할 수는 없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계사의 한 사건이 1532년 남미에서 일어났다. 8만 대군의 잉카제국이 168명에 불과한 스페인군에게 멸망했다.

병균이야말로 역사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정복 당시 원주민들은 직접적인 공격보다 새로운 질병에 몰살당했다. 스페인의 군대에게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보다 병균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가장 지독한 병균을 적에게 퍼뜨리는 군대가 승리하는 것이다. 만약 유럽이 다른 대륙에 각종 병균을 주지 않았다면 유럽인의 정복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금속은 과학·기술로 설명한다.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강철(steel)은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확장해 나아갔다. 농업이 발전되면서 식량생산이 증가되고 인구가 늘어났다. 잉여농산물은 과학·기술에 전념하는 기능전문가집단을 양성했고 이들을 통해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지난날 유럽인들이 자행한 비유럽의 정복은 기술발전의 과정을 극적으로 설명해준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다가 사태를 키운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초기 대처의 부실로 중국은 물론 세계인들을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은 시진핑 체제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꼼수를 부리던 아베 정부는 크루즈선을 코로나 병균의 배양실로 만들었다. 새로운 무기가 있다고 위협하던 북한도 최근 쥐죽은 듯 조용하다.

오늘 우리는 진정한 3·1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세계만방에 천명한 국민주권이 실천되고 있는가? 냉정히 보면 우리는 아직 진정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력에 있어 대외 정책에 종속되고, 병균의 대처에 치밀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에 선진국이라고 우쭐대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총·균·쇠의 역사적 교훈은 냉엄하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위대하다. 국가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비상한 힘을 발휘했다.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해 독립만세를 부르며 일어섰듯 잃어버린 교육을 찾아 일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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