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코로나19 전국 확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신천지 교주이자 총회장 이만희가 결국 공개석상에 등장해 입을 열었다.

이만희는 지난 2일 경기도 가평 신천지 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협조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인적·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의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와 죄송하고 뭐라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큰 절까지 했다.

사망자를 애도해서인지 그것도 두 번이나.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이날 입장 표명은 너무 늦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했는데 지금은 그냥 소를 잃은 정도가 아니라 그 집의 살림이 거덜나서야 아차 싶어하는 형국이다.

이만희는 4000명이 넘는 국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신천지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는 데도 그동안 직접 사과는커녕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변인을 통해 두 차례 발표한 입장에서는 신천지가 최대 피해자인데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되레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다.

교주 잠적설이 돌며 체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이유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내 확진자의 60% 가까이가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체 환자의 87%가 나온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지난 1일 기준으로 확진자 중 무려 73.1%가 관련자로 나타났다.

'슈퍼 전파자' 의심을 받았던 31번 환자를 시작으로 알려지게 된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는 비슷한 시기 신천지 관련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끝을 헤아리기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신천지 감염 현황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면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지 상상도 안 된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8946명의 신자와 교육생이 코로나19 유증상자로 나타나 신천지 발(發) 전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런데도 신천지 신자 중 4000여 명은 소재 불명 등으로 조사조차 못 하고 있어 추가 전파 우려도 크기 때문에 확산세를 끊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선 신천지의 협조가 최우선이다.

이만희는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적극 협력해왔다고 주장했지만 명단 공개 과정 등에서 세상에 보인 태도를 보고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신천지 신자 말고 있을까 싶다.

왜 신천지 피해자 단체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라 고발을 했는지 그렇게도 모르는가.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이만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천지가 위장교회와 비밀센터 429곳, 입교 대기자 7만명과 중요 인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등 역학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만희와 신천지 12개 지파의 장을 살인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신천지는 피해자 단체로부터 고발 당한 뒤에야 떠밀리듯 교육생 6만5127명의 명단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마저도 온전히 믿을 수 없지만 말이다.

신천지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는 이만희의 다짐이 공수표에 그친다면 이단이냐 아니냐를 떠나 종교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까지 사라지게 될지도 모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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