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경 청주시흥덕구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기고] 황선경 청주시흥덕구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입법활동을 할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선거가 40여일 정도 남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 옆 건물에는 예비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있고, 출퇴근하는 시간이면 차량이 많이 다니는 큰 사거리에 예비후보자들이 본인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점퍼를 입고 인사하며 그들만의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을 뽑아달라며 행인들에게 인사를 하지만, 인사를 받는 우리는 후보자들의 얼굴 이외에 그들의 선거공약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선거 때만 되면 언론을 통해 매니페스토란 말을 자주 듣는다. '매니페스'란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구체적 공약을 말하는데, 한마디로 정책을 통해 후보자를 평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매니페스토가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 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전개되면서부터였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선거 때마다 매니페스토를 외치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그것을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유권자로서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들을 살펴보고 그 공약의 타당성·구체성·달성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서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한다면, 후보자들은 섣불리 지연·학연·혈연에 기대거나 선심성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어 표를 얻으려 하지도 않고, 최대한 실천 가능한 공약들을 제시하며 선거에 임할 것이다.

매니페스토는 정책 제시와 실천을 지표로 삼아 누구를 뽑아야 할지 혹은 누구를 뽑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한다. 선택 후에도 당선자가 약속을 지키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사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후보자들이 복지, 경제, 일자리 창출 등 서민을 위한 그럴듯한 공약을 제시했지만, 정작 재원마련 방안은 내놓지 않은 사례가 너무나 많았다. 공약을 국민과의 약속이 아닌 당선을 위한 도구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현명한 유권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인기에 편승한 포퓰리즘 공약이다. 이러한 것을 솎아내지 못하면 그 부담은 우리 아이들 즉, 미래세대가 짊어진다. 재원마련 대책 없는 포퓰리즘 공약은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피고 상세한 신상정보도 읽어보고, 정책제안을 꼼꼼히 알아본 후 투표소로 향한다면, 투표에 임하는 마음가짐 또한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아침처럼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여는 것이다"라는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유권자인 우리도 정책선거라는 열쇠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열어보자.

모든 유권자들이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내일을 위해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선거공약을 꼼꼼히 따져본 후 투표에 참여하고, 올바른 정책선거를 통해 참된 일꾼을 선택한다면, 오는 4월 15일은 대한민국에 정책선거라는 꽃이 활짝 피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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