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내가 독감 걸려 결석한 날 / 동생도 ‘콜록콜록’ 앵무새 기침 / ‘어디가 아파요?’ 의사 선생님 물음에 / ‘형이랑 놀려고 흉내 냈어요.’ / ‘하하하 호호호’ 간호사 언니 따라 웃으며 / 귀염둥이 동생보고 감기 약 이래요. / 필자의 작품 ‘내 동생’ 일부다. 코로나19 여파로 끄트머리 손주 유치원 졸업식 취소 통보를 받았다. 달력에 큰 동그라미로 그린 축하는 물론 꽃장수도 울상 되어 철수했단다. 명색이 졸업인데 서운했던 모양이다. ‘할아버지 치킨 큰 걸로 사주세요…’ 그렇게 때웠다. 어느 시인은 아이들 소리를 천국에 비유, 교육은 엘리스처럼 신비한 꿈과 같다고 썼다. 꽃샘추위 틈새로 여린 햇살이 먼저 비집고 들어와 교실을 지킨다. 새 짝, 새 친구, 새 선생님과 깨금발 장난 끼도 덩달아 꿈틀거리지만 개학 연기로 교문은 닫혔다. 희망 한 뼘 더 키우려는 몸살이려니.

‘먼 산 바라기’ 모순

63학급 1천800여 학생 ‘워매! 세상에 세상에’ 과밀·대규모 솔밭초, 호흡부터 막힐 정도다. 방과 후 활동·학습발표회·운동회·급식 등 공간과 학생 이동에 따른 동선을 생각하면 학습 불균형은 그야말로 2부제 3부제 ‘국민교육’ 시대를 연상케 한다. 학습권 침해다. 제2초 신설 계획이 몇 차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걸렸다. 근거리 학교 분산 배치와 학교용지 무상확보가 발목을 잡았다. 청주시 응답은 ‘무상양여 불용’이다. 그러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 방안을 제시하면 협조할 생각’ 이란 여지를 남겼다. 도교육청·청주시 간 엇박자가 계속되는 동안 아동복지·학습권 타격은 사실상 가파른 상승세다. 역대 정부의 저 출산 관련 예산 200조원, 지자체마다 시큰둥한 아이 낳기 프로젝트를 만들어 유난 떨면서 정작 교육환경 조성엔 ‘백기’ 모순을 어쩌라. 출산 주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생떼가 아닌 생존게임

순전히 어른들 탓이다. 대안은 무엇이며 언제 다시 판을 깔지, 이러다 물 건너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작 오지랖이 필요할 때 미적거린다. 누구 잘 잘못을 따지기 전, 교육부·충청북도교육청·청주시의 ‘시나리오 B’를 주목한다. 얼굴 붉힐 준비는 돼 있나? 걸림돌로 소통부족을 든다. 일방통행 아닌 ‘역지사지(易地思之)’ 가 최고 승부수다. 새 학년, 여러 해 참아온 학부모 시름까지 겹쳤다. 다중공간이 치명타인 코로나19 확산 감염에 더욱 불안하다. 학교생활 내내 마스크를 안 쓰고 못 견딜 바이러스 사각지대와 무관치 않다. 제2 솔밭초 신설, 생떼가 아닌 생존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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