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전국 곳곳에서 매일 같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에서 부터 중년층 그리고 노인에 이르기까지 간혹 엄마 아빠와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도 눈에 뛰는 것은 짠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진풍경속에서 '품절'이란 안내 문구에도 시민들의 발길은 판매처를 향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하루 500만장의 마스크를 농협하나로마트와 읍면 단위 우체국 등 공적판매처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 19의 1차적인 방역 무기인 마스크 공급 역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약조차 없는 줄서기에 밤샘 대기까지, 추운 아침부터 줄을 섰던 시민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보다 마스크 구매 스트레스가 더 큰 상황이여서 더욱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공적 마스크 공급을 비롯한 비상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체 공급 물량이 큰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가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운 좋게 몇 장 구하더라도 2~3일이면 없어지기 때문에 미리 구하고자 하는 심리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평균 1천 만개에서 1천 3백여만 개라고 한다.

전체 국민 3분의 2만 마스크를 쓴다고 해도 1인당 3일에 한 개꼴 밖에 안되는 물량이다. 하루 5백만 개 안팎의 공적 마스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수급처마다 상황이 달라 혼선도 가중되고 있다.

전화로만 접수하는 공영쇼핑의 게릴라 판매 방식도 종일 소비자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 전체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인데 공적 물량으로 절반을 배정하면서 마트와 온라인 등 기존 유통망을 통한 공급은 그만큼 줄어 가격마저 비싸지는 역효과를 만들고 있다.

공적 마스크의 편의점 판매 계획도 사실상 무산되었다. 저소득층과 노인 등 취약 계층은 마스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치 단체를 비롯한 행정 기관을 통한 직접 공급을 확대하는 등 수급 방식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전염병 방지를 위해 접촉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예방 도구를 사는데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구멍이 뚫린 것 같다. 그 줄 속에는 확진자도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에 감염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마스크를 사러 갔다가 오히려 감염되겠다’는 조롱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확진자 뉴스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마스크는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자 방패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마스크 대란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 법칙에 비해 훨씬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국민의 협조와 양해만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 대재앙으로 촉발된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다. 국민은 마스크 하나에 의지하며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마스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품이 되였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 해결을 위해 생산량 확대와 1인당 구매 물량 제한을 골자로 하는 마스크 수급 추가대책을 세웠다. 하루속히 약국 의약품안전사용 정보시스템(DUR)을 활용한 공적 공급 방안 등을 도입해 마스크를 불편없이 마음놓고 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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