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욱교수

구 한 말 이 땅에 사진기가 처음 들어 왔을 때 모두 사진을 안 찍으려 했다. 이유인 즉 사진 현상 된 것을 보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박혀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그랬는데 자기 영혼이 한 순간 나가서 찍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내가 살아 온 과정을 기록으로 보여 주는 증거물인데 사진과 관련하여 아이들이 자라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재미있다. 아주 어릴 때는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하면 참 우리를 힘들게 만든다. 그러던 것이 유아기를 지나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온갖 포즈를 다 취해가며 사진을 찍는다. 스마일이라는 말을 안 해도 알아서 웃고 폼 잡지 말라고 해도 온갖 폼을 다 잡고 사진기 앞에 선다. 재미있는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다. 이때는 사진을 안 찍으려 한다. 이른바 사춘기 시절이어서 사람들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을 창피하게 여긴다. 그러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소위 미니 홈피에 별 별 사진을 다 올려놓기 시작한다. 휴대폰으로 수시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미니 홈피에 올려놓는데 이성 친구와 함께 입 맞추고 찍은 사진도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놓는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이 알까 봐 조심할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당당하게 그런 사진을 올려놓는지 아무튼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도 찍히고 바라지 않는 것도 찍힌다/현상해 보면 늘 바라던 것만이 나와 있어 나는 안심 한다/ 바라지 않던 것이 보인 것은 환시였다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 사진기는/ 내가 바라는 것만 찍어 주는 고장난 사진기 였음을..../<하락>... 신경림의 시 '고장 난 사진기'는 자기 사진기에 대해 이 같이 쓰고 있다. 자신의 허물은 안 찍어 주는 사진기였다고 고백한다. 지난 주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들을 전원 징계 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었다. 어찌보면 스스로 찍지 못하는 자신의 허물을 대신 찍어 준 것 인데 그것에 대해 전원 징계를 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안 간다. 물론 나는 전교조선생님들을 좋게 생각 안 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런 내가 보았어도 전교조 교사들을 전원 징계한다는 방침이 이해가 안 간다. 아니 중도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해 놓고 이런 방침을 정하는 것을 보면 허탈감까지 느낀다. 이 정부는 언제까지 고장난 사진기만 들고 다니려 하는 지 가슴이 답답하다.

파장이 더 커져 가는 것 같다. 1차 시국선언을 한 1만 7천여명에 대해 교과부의 전원 징계 방침에 맞서 전교조측은40만 교사가 참여하는 2차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라 한다. 더 나아가 교과부장관 등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정부와 전교조의 대규모 충돌을 멍하니 바라보아야만 하는 우리네 마음이 참으로 착찹하다. 제발 모두 상식선에 있었으면 좋겠고 문제의 핵심인 전원 징계를 철회하는 것이 해답 중 하나로 생각된다. 양쪽의 힘자랑에 학생들 가슴만 멍드는 것 같다. 물론 우리네 학부모들 가슴은 피멍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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