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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라한옥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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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9  15: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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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콧물이 줄줄 흘렀다. 종일 코를 풀었더니 두통도 생겼다. 입가와 목, 얼굴 등에도 벌겋게 발진이 생기고 가려웠다.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여러 날 사용해서 세균에 감염된 것이 틀림없다.

평소 마스크를 애용한다. 환절기마다 공기가 바뀌면 대번에 코가 먼저 알아채서 애용하지 않을 수 없고 계절마다 해야 하는 옷 정리와 청소를 할 때도 먼지 때문에 두 겹 세 겹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상비약으로 연명하다가 몇 년 동안 고생하던 지루피부염을 깨끗하게 고쳐준 의사가 있는 동네 병원을 갔다. 2층 병원에 올라가기 전,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들어올 수 있다는 메모를 약국 출입문에서 보았다. 때마침 근처 농협 하나로마트 건물 옆에는 웬 종이를 받고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병원 출입문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들어오라는 메모를 턱 붙여놓았다. 자주 가는 병원이지만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만 빼꼼 열고 병원 직원에게 물었다.

“나는 마스크가 없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 대답은 모호했고 1시간 이상을 기다려 겨우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약국에서도 갖은 눈치를 보며 처방전을 내밀었다.

단골로 가던 곳이지만 낯설게 보내고 밖에 나오니 줄은 여전히 길었다. 무슨 줄일까 궁금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근처 과일가게 상인에게 물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번호표를 받는 줄이고 저녁 6시에 다시 와야 살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마도 기저 질환자라 필사적으로 마스크에 매달리는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스크 대란이라고 해도 귓등으로 들었다. 피부염 때문에 일회용 마스크를 쓸 수도 없지만, “코로나-19 대다수는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는 감염내과 전문의 말을 굳게 믿은 까닭도 있다.

그러나 막상 대란의 현장을 보고 나니 혼자 만용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혼란스러웠다. 대란의 원인을 중국에 마스크를 퍼주어서라고 일부 언론은 우기지만, 우리나라 인구가 5천여 명인 것을 참작하면 하루 1천여 장의 마스크 생산 능력으로는 모자라는 것이 당연했다. 이럴 때 개성공단에 있는 마스크 공장과 방호복 생산업체가 가동된다면 얼마나 요긴할까.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체가 2020년 1월 7일 밝혀지고 나서 세계 보건기구(WHO)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명명했다. 그러나 방송과 신문은 마스크와 관련한 기사를 무진장 쏟아 내면서 신명 난 나팔수처럼 우한 폐렴이라고 했다.

사이비 종교, 억지 쓰는 정치, 공허한 방송일수록 침 튀기며 말을 한다는데 행적이 모호하던 31번 확진자와 함께 있던 신천지 교도들도 얼마나 많은 침 튀김을 즐겼길래 전국으로 확진자가 퍼졌을까.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신학기를 맞아 개학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외출과 외식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꺼리게 되었다. 혹시 나팔수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은 나라의 경제 파탄이고 현 정부의 몰락인가.

심호흡하고 온전히 봄 향기를 맡으며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야 할 때다. 늘 그 자리에서 피고 지던 명자나무 꽃봉오리는 어김없이 발갛게 부풀었고 매화와 산수유꽃도 벙글었다. 냉이와 쑥을 뜯어 쑥국을 끓이고 된장으로 나물을 무쳤다.

겨울나기를 끝낸 새싹이 인간 세상을 비웃을 수도 있었겠다. 주말을 기해 마스크를 벗자는 운동이 벌어졌다니 그나마 덜 부끄러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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