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보통 사람들인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공자도 어머니의 탯줄을 달고 태어났다. 공자에게는 신비로운 탄생설화 같은 것은 없다. 그냥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일생을 사람으로 살았다. 그분은 멀리 높이 계시는 성자라기보다는 우리 모두를 어루만져주고 북돋아 주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을 뿐이다. 손자를 품에 안은 할아버지 같은 공자가 외경스럽고 신비로운 성자보다 더욱 우러러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보리수나무 아래서 어머니의 옆구리를 뚫고 나온 석가모니는 탄생부터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이 세상에 왔다. 마리아 동정녀의 몸을 빌려서 이 세상에 온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 아닌 하느님의 아들로 이 세상에 왔다. 그러나 공자는 보통 사람들인 우리들처럼 태어났다. 하느님에 비하면 공자는 범인에 불과하고 부처에 비해도 공자는 필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공자의 말씀을 들으면 저절로 사람에 대한 신앙이 깊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예수는 사람의 죄를 용서해 주려고 하늘에서 이 세상으로 내려오셨고 석가모니는 사람의 고(苦)를 면해 주려고 도솔천 넘어서 이 세상으로 돌아왔었다. 그러나 공자는 태어난 이후부터 스스로 선생 당신이 뜻을 세워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을 트게 되었다. 물론 예수와 석가와 공자를 동렬에 놓고 보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세분께서 인간에게 내린 숙제를 풀어 보자면 묘하게도 같은 문제에 걸리게 된다. 그 공통의 숙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닌가.

사랑하라, 그리고 미워하지 마라. 원수마저도 사랑하라. 이것은 예수가 우리 모두에게 내준 숙제이다. 자비하라. 이것은 석가여래가 남긴 숙제이다. 애인(愛人)하라. 이것은 공자가 남긴 숙제이다. 이러한 숙제를 따지고 보면 모두 나를 사랑할 것이 아니라 남을 사랑하라는 것이 숙제의 정답이 된다. 우리가 이러한 숙제를 받고 삶을 누리면서 그 정답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공자는 당신의 삶으로 남을 사랑하는 방법을 보여줄 뿐이다. 공자의 숙제 속에는 계율이란 것은 없다. 선하면 천당을 가고 악하면 지옥을 간다는 엄한 결정도 없다. 다만, 살아야 할 인간이므로 제대로 사는 것이 잘못 사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공자는 사람 그 자체를 믿는다. 완전하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 한 사람을 믿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불완전 하므로 완전함을 향해 닦아가는 뜻을 버리지 않는다고 공자는 확신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스스로의 삶을 보여주어 우리를 감화하게 하지 엄한 벌을 앞세우지 않는다.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올바른 것과 그른 것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할까? 손자를 어루만지며 무릎에 앉혀놓고 그 손자를 귀여워하는 손길은 성인의 숨결로 이어지는 법이다.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 성인이 된 공자는 우리 모두의 할아버지가 되어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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