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역시나 당췌 종잡을 수 없는 곳임을 북한이 스스로 다시 보여줬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으로 다종의 발사체를 쏴올렸다.

이 중 3발은 최대 비행거리 200㎞에 고도 50㎞로 탐지됐다.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방사포 등을 섞어 발사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 2일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한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와 싸우는 남한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문 대통령 건강을 걱정하며 사태 극복을 응원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방사포 발사에 유감을 나타낸 청와대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뒤 이튿날 친서를 보내 혼란을 줬다.

북한이 이같은 거듭된 발사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자위적 차원의 훈련'이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3일 대남 담화에서 남한도 합동군사훈련을 자주하고 첨단 전투기를 띄우는 데 자신들에게는 훈련하지 말라고 하는 요구는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비난은 비난대로, 위로는 위로대로 별개라는 것인가.

적어도 북한은 대남 군사력 분야에선 꾸준히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자위 차원이라고 해도 200㎞나 날아가는 무기를 쏴올리는 무력 시위는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코로나19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지 않는가.

청와대는 긴급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어 북한의 합동 타격 훈련 지속은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합참도 9·19 남북 군사합의의 기본 정신에 배치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의 잇따른 무력 시위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대화 교착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냄은 물론 내부적으론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럽 5개 국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규탄한 점도 북한을 자극했을 수 있다.

다만 북한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하지는 않으며 우호적인 친서까지 보내는 등 군사 분야와 정상 간 관계에 분리 대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한반도 정세에 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위나 북한의 속내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을 뿐이다.

'카더라 통신' 같은 소리이지만 지금 북한도 코로나19 때문에 비상이라 격리 장소에서 이탈하거나 발열 증세를 숨긴 사람을 총살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까지 나돈다.

이런 판국에 무력 시위를 벌인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고 싶다.

지금은 남북을 넘어 전 세계에 코로나19 퇴치 만큼 시급한 사안이 없다.

북한은 친서에서 확인됐다는 정상 간 신뢰를 발전시켜, 하다 못해 보건 분야만이라도 적극 협력하길 바란다.

일단은 국민들이 살고 봐야 무력 시위로 지켜낼 체제든 국가이든 존재할 수 있다는, 극히 상식적인 문제를 곱씹으면서 말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