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투표행위는 철저하게 개인 행위다. 다만, 그 결정과정에 많은 다양한 집단행위가 끼어들게 된다. 우리 헌법엔 투표와 관련, 분명하게 규정한 내용이 있다. 헌법 41조 1항, 67조 1항을 요약하면, '국회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명시했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는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이 평등하게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다. 

투표방식은 본인이 직접, 공개되지 않는 자리에서 한다는 말이다. 누구의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국민 각각이 소신에 의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투표에 영향을 주는 집단행위는 여론조사, 각종 뉴스, 인간관계등 등이 있다. 투표의 다중성이다. 물론, 투표의 다중성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여러 요인을 따져보고, 최선을 다해 고귀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말이다.

다만, 투표행위가 집단행위에 휘둘리면 안 된다. 여론조사,각종뉴스, 인간관계는 결국 참고사항이다.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대의 민주정치체제를 제대로 유지해야 하고 결국 선거를 통해 그 판이 짜이게 된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붕괴한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공저)고 갈파한 미국학자들의 분석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또 이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가 필요하다. 선거를 통해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이 성립 되야 한다. 상호관용은 자신과 다른 집단과 의견도 인정하는 정치인들의 집단 의지를 뜻하며, 제도적 자제는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 

둘 모두 언뜻 보면 매우 당연한 개념인 것 같지만 이 규범들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함께 허물어진다. 선거를 통해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하는 정치 집단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는 정치집단, 권력행사를 절제하고 타협과 토론을 거쳐 정책현안을 해결하는 정치집단, 그런 국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는데서 시작한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인식은 사생결단의 권력행사로 나타난다. 그러면, 거기에 대한 역반응 역시 사생결단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말로 그런 상황을 변화시켜야 할 때다.

"누구 찍을 거유", "몰러... 좀 지켜보고" 선거철이면 우리 충청권에서 흔한 대화다. '충청권 표심은 선거이후에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사전에 알 수 없다. 그만큼 신중하다는 의미도 있다. 충청의 충은 한자로 마음의 중심(中+心)이다. 항상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고 지역사회를 걱정하면서 중심을 잡아온 곳이 충청이다. 다가오는 4월 총선에도 중심을 잡고 민주주의를 위한 한표 행사에 나서야 한다. 모두 힘내서 투표를 잘 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